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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5-20 조회수433 추천수2 반대(0) 신고

[부활 제6주간 토요일] 요한 16,23ㄴ-28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기도는 내 마음 상태를 드러내는 지표입니다. 내가 하느님께 무엇을 청하는가에 따라서, 내가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내가 요즘 고민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며, 지금 내 마음 속에 담아두고 유심히 지켜보는 관심사가 무엇인지가 드러납니다. 또한 내가 무엇을 원하고 또 바라는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며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어떤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또 어떤 것들을 가볍게 여겨 소홀히 하는지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성인은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기도 안에는 기도하는 그 사람이 담겨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당신의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라고 하십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한다는 것은 내 욕심이나 집착에 휘둘리지 않고 주님께서 나에게 원하시는 것을, 즉 그분의 마음과 뜻을 헤아리면서 기도한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기도하면 내가 나아가야할 올바른 방향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 무엇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지켜보아야 하는지, 내가 무엇을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지, 내가 무엇을 추구하며 또 무엇을 피해야 하는지가 주님의 이름으로, 그분 마음으로 바치는 기도 안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겁니다.

 

그렇기에 제자들에게 당신의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라고 하시면서도, 그것이 당신께서 제자들을 위해 아버지께 청해주시겠다는 뜻이 아님을 분명히 하십니다. 우리가 마음으로 바라면서도, 그런 마음을 섣불리 드러냈다가 하느님께 혼나거나 벌이라도 받으면 어쩌나 걱정하여 정작 입 밖으로 꺼내놓지 못하는 욕망들을 당신께서 아버지께 잘 말씀드려 대신 얻어내주시겠다는, 즉 우리의 ‘청탁’을 들어주시겠다는 뜻이 아닌 겁니다. 그렇기에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라’라는 말씀이 정확히 어떤 의도로 하신 말씀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라’는 주님 말씀은 일종의 격려입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감히 아버지께 청하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이제는 용기를 내어 직접 청해보라고 적극적으로 권하시는 겁니다. 우리가 용기를 내어 아버지께 청해도 되는 첫번째 이유는 우리를 향한 그분의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아버지께서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니, 그래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을 가장 적당한 때에 채워주시어 참된 행복을 누리기를 바라고 계시니, 그런 하느님의 사랑을 굳게 믿고 청하라고 하십니다. 청한 것을 들어주신다면 나의 바람이 하느님의 뜻과 통했다는 뜻이니 너무나도 기쁜 일입니다. 혹여 청한 것을 들어주시지 않더라도 아직 적당한 때가 되지 않았거나 아버지께서 나를 위해 더 좋은 계획을 갖고 계신다는 뜻일 뿐 그분이 나를 사랑하지 않으신다는게 아니니 걱정하거나 두려워할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용기를 내어 아버지께 청해도 되는 두번째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 바로 그분이십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굳게 믿고 그분의 말씀과 행적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뜻을 따름으로써 그분의 ‘가족’이 되었으니, 그분께서 그러시는 것처럼 우리도 당당하게 하느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며 청해도 된다는 것입니다. 혹여 철 없이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한 것들을 청해도 당신 자녀인 우리를 꾸짖지 않으실 겁니다. 우리 마음 속 갈망을 당신의 뜻에 일치 시키도록, 그리고 그렇게 일치를 이룬데에서 기쁨과 행복을 느끼도록 우리를 변화시켜 가실 겁니다. 그리고 우리도 예수님처럼 하느님께서 맡기신 고유한 소명을 ‘다 이루고’ 그분 나라에 들어가도록 이끌어주시고 도와주실 겁니다. 그러니 힘과 용기를 내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하느님 아버지께 꾸준히 기도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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