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부활 제7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5-26 조회수682 추천수6 반대(1)

안에서 새는 바가지는 밖에서도 샌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보좌 신부님 때에 늘 불평과 불만을 이야기하던 신부님은 본당 신부님이 되어서도 불평과 불만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자신의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티를 보기 때문입니다. 일이 없으면 심심해서 죽겠다고 하고, 일이 많으면 피곤해서 죽겠다고 합니다. 보좌 신부 때는 본당 신부님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고, 본당 신부가 되어서는 요즘 보좌 신부들은 예전과는 다르다고 이야기합니다. 마치 산이 높다고 불평만 하지 정작 산을 오르려는 마음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봄이 와서 온갖 꽃들이 만발한데 혼자만이 스스로의 감옥에 갇혀서 겨울을 지내는 사람과 같습니다. 비행기를 타려면 게이트를 알아야 합니다. 보통 게이트의 번호가 바뀌지 않지만 간혹 게이트의 번호가 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옆의 게이트로 바뀌면 큰 어려움이 없지만 한참 걸어야 하거나 트레인을 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몇 번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대부분은 그런 상황을 받아들이지만 어떤 분들은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곤합니다. 이런 분들과 함께 지내면 늘 조심스럽습니다.

 

잘 될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위기의 상황에서, 역경의 순간에 더욱 빛이 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난 순례 때입니다. 광야에서 미사를 봉헌하기로 했는데 그만 미사 도구를 놓고 왔습니다. 걱정이 한 가득인데 좋은 의견을 내 준 분이 있었습니다. 휴게소에서 와인을 사고, 도자기 그릇을 사고, 둥그런 빵을 구했습니다. 우리는 광야에서 멋진 성찬의 예식을 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빵을 나누어 주셨던 것처럼 빵을 쪼개어 나누어 먹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만나를 내려 주셨던 것처럼 빵을 나누어 먹었고, 감사의 기도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말씀의 전례와 빵 나눔의 예식을 통해서 순례의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사해의 뜨거운 사막에서 기꺼이 아이스크림을 나눈 분도 있습니다. 우리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즐겁게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진흙탕 속에서 아름다운 연꽃이 피듯이 지루하고, 힘든 시간을 활짝 웃게 해 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함 석헌 선생님은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아름다운 글을 남겨 주었습니다. 오늘은 그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어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 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나는 안에서 새는 바가지요 밖에서도 새는 바가지인가? 아니면 떡잎부터 알아볼 수 있는 잘 될 나무인가?” 저의 지나온 발자국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불평과 짜증의 발자국이었다면 이제라도 인내와 온유함의 발자국을 남겼으면 좋겠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감옥에 갇혔어도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아주 담대히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에 관하여 가르쳤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께 함 석헌 선생님이 말하던 바로 그 사람이 되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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