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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5-28 조회수678 추천수8 반대(0)

공자는 인생의 3가지 즐거움을 이야기하였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친구가 있어 멀리서 찾아오면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입니다. 신학교에서 같이 배웠던 1년 선배 신부님이 뉴욕에 와서 3주간 있었습니다. 함께 미사하고, 함께 산보하고, 함께 식사하니 그보다 더 큰 기쁨이 없습니다. 저는 32, 선배는 33년을 사제로 지내고 있습니다. 돌아보면 한바탕 꿈과 같은 시간들이 쏜살처럼 지났습니다. 우린 둘 다 어느덧 반백의 머리가 되었습니다. 바둑에는 복기가 있듯이 우리는 산보하면서 우리들의 젊은 날을 회상하였습니다. 학창시절 우리가 존경했던 신부님들의 이야기를 주로 하였습니다. 능력과 언변이 뛰어났던 신부님들의 이야기도 하였고, 속이 깊고 따뜻한 신부님들의 이야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저를 신학교에 보내 주셨던 아버지 신부님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아버지 신부님께서는 은퇴 하신 후에 모든 것을 혼자서 해결하셨습니다. 혼자서 장을 보시고, 혼자서 밥을 해서 드시고, 혼자서 청소와 빨래를 하셨습니다. 마치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신 후에 제자들에게 그렇게 하라고 본을 보여주셨던 것처럼 앞으로 은퇴 하는 사제들은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본을 보여주셨습니다. 뉴욕에서 저도 홀로 사는 법을 익히고 있습니다.

 

생각하면 지난 세월, 우리에게 기둥과 같았던 분들이 계셨습니다. 무소유를 이야기 하였던 법정 스님이 있었습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고 하였던 성철 스님이 있었습니다. ‘그대는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멋진 글을 남겨 주었던 함석헌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여행이며, 가슴에서 발로 가는 여행이라는 말을 하였던 김수환 추기경님이 있었습니다. ‘사랑합니다. 여러분도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을 남겼던 자상하셨던 정진석 추기경님이 있었습니다. 언제나 해 맑은 웃음으로 사랑을 전해 주시는 드봉 주교님이 있습니다. 제가 그분들을 처음을 만났던 때에 그분들은 지금 저의 나이와 비슷하셨습니다. 지금 저를 만나는 후배들에게 저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비춰질까 생각하면 부끄러움이 있습니다. 분명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습니다. 번듯한 교회도 많아졌습니다. 그러나 선교에 대한 열정은 예전보다 약해졌습니다. 신앙에 대한 확신도 예전보다 약해졌습니다. 어쩌면 성장과 발전이라는 허상에 취해서 복음의 기쁨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는지 모릅니다. 어른들이 남겨준 열매를 맛있게 먹으면서 새로운 씨앗을 뿌리는 데는 게을렀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제1독서는 유대인들의 어른이었던 엘아자르의 이야기입니다. 엘아자르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내가 지금은 인간의 벌을 피할 수 있다 하더라도, 살아서나 죽어서나 전능하신 분의 손길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제 나는 이 삶을 하직하여 늙은 나이에 맞갖은 내 자신을 보여 주려고 합니다. 그는 젊은이들뿐 아니라 온 민족에게 자기의 죽음을 고결함의 모범과 덕의 귀감으로 남기고 죽었다.” 유대인들이 나라를 빼앗기고 2000년 동안 떠돌이로 지냈지만 지금 당당하게 나라를 다시 세울 수 있었던 것은 하느님의 뜻을 먼저 찾았던 어른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전이라는 건물은 파괴될 수 있지만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려는 혼이 살아있다면 성전은 언제든지 새로 세울 수 있습니다. 오늘은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20148월에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방한하였고 광화문 광장에서 시복식을 봉헌하였습니다. 한국 교회는 순교자라는 신앙의 별이 있습니다. 오늘 순교자들의 전구를 청하면서 우리들 또한 후손들이 기쁘게 따를 수 있는 신앙의 별이 되면 좋겠습니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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