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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가해]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6-04 조회수365 추천수2 반대(0) 신고

[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 가해] 요한 3,16-18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요즘엔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때 눈치를 많이 봅니다. 상대방이 먼저 다가와야 나도 그만큼 다가갑니다. 상대방이 나에게 정성을 들이는 만큼만 나도 마음을 표현합니다. 그와의 관계가 깊어지는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과 정성을 최소한으로만 투자하려고 하는 겁니다. 내가 먼저 다가갔는데 상대가 그만큼 다가오지 않으면, 내가 그를 위해 이만큼 희생하고 내어주었는데 상대로부터 그만큼 돌아오지 않으면 내가 상처받을까봐 두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관계에 임하는 내 마음가짐이 그렇다면 상처는 안받을 수 있을지 모르나 관계가 주는 참된 기쁨과 행복은 누릴 수 없습니다. 피해와 상처를 최소화하는 데에만 신경쓰는 ‘이해관계’ 안에서는 서로의 진실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관계를 더 깊어지게 만들어서 그것이 주는 참된 기쁨과 행복을 누리려면 상처와 희생도 기꺼이 감수하려는 적극적이고 열린 마음이 필요한 것이지요.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당신과의 관계에 미적지근한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라십니다. 신앙생활에서마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칼 같이 선을 긋고 적당히 거리두기 해서는 안된다는 겁니다. 하느님이 안계셔도 크게 손해볼 게 없는 ‘적당한’ 신앙생활로는 그분께서 주시는 참된 행복을 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안계시면 ‘큰 일’ 날 정도로 신앙생활에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야, 그분과 사랑의 일치를 이루어 기쁨과 행복을 함께 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의 본질이자 근본원리는 “함께 있음”입니다. 삼위일체 하느님께서는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고, 함께 어우러져 계십니다. 사랑으로 서로 함께 있고, 서로에게 속해 있는 참으로 아름다운 결합입니다. 사랑은 상대방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는 상대방을 자기 방식 안에 가두지 않고,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의 존재 그 자체로 자기 마음 안에 받아들이고 간직합니다. 그렇게하여 나의 고유함이 상대방의 부족함을 채워 함께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하여 갑니다.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그렇게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며 고유함을 간직한 채 일치해 계시기에 우리를 다양한 상황에 더 알맞는 방식으로, 더 넓은 차원에서, 더 깊이 사랑하실 수 있는 겁니다.

 

성부 성자 성령께서 일치를 이루시는 근본원리이자 목적은 우리를 향한 지극한 사랑입니다. 그 사랑이 오늘 복음에서는 이렇게 표현되고 있지요.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여기서 “너무나”라는 부사는 ‘정도가 지나치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서 뒤에 나오는 부정적 표현과 호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구절에서 ‘매우’, ‘아주’ 같은 표현 대신 ‘너무나’라는 수식어를 쓴 것은 우리를 향한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이 우리가 다 담아낼 수 없을만큼 크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일 겁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만큼 사랑하는 외아들이 죽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내어주는 일은 보통 사랑으로 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또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삶’에 대한 갈망을 접어둔 채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신 것은 하느님 아버지와 우리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없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이렇듯 아버지 하느님과 아들 예수님은 우리를 지극히 사랑하시는 마음으로, 우리가 진정 행복해지기를 바라시는 간절한 염원으로 하나가 되셨습니다. 또한 그 사랑의 일치에서 우러나온 성령께서는 두분의 뜻에 따라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며 우리를 참된 행복의 길로 이끌고 계십니다.

 

그런데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방식은 각기 다릅니다. 성부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을 창조하셨고, 당신을 닮은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분께서 만드신 피조물들을 통해 하느님 사랑이 얼마나 넓은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성자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말씀과 표징으로 하느님 나라를, 당신의 목숨까지 내어주시는 희생으로 하느님의 자비로운 뜻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두가지 앎을 통해 하느님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성령께서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제약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 계시면서 우리가 하느님 뜻에 맞게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시고, 그런 삶을 통해 신앙의 열매를 맺게 도와주십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모습을 통해 하느님 사랑이 얼마나 따뜻하고 섬세한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넓고 깊으며 따뜻한 하느님 사랑을 느꼈다면, 그분께서 나에게 베풀어주신 사랑에 감사하며 나도 사랑으로 그 사랑에 응답해야 합니다. 이웃 형제 자매들에게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최선을 다해 사랑을 실천해야 합니다. 혹여 내가 오해받거나 상처받는 일이 생기더라도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를 내어 사랑의 실천을 계속해 나가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삼위일체 하느님께서 이루고 계신 사랑의 친교에 나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참된 기쁨, 행복, 평화를 하느님과 함께 누릴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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