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 보니파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6-06 조회수380 추천수4 반대(0)

 

산보 길에 커다란 나무의 그루터기에 새순이 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나무의 기둥은 거센 바람에 부러졌지만 뿌리는 건재했기 때문입니다. 뿌리에서 양분을 받은 새순은 언젠가 커다란 나무가 될 것입니다. 이사야 예언자도 이렇게 예언했습니다. “이사이의 그루터기에서 햇순이 돋아나고 그 뿌리에서 새싹이 움트리라. 그 위에 주님의 영이 머무르리니 지혜와 슬기의 영, 경륜과 용맹의 영, 지식의 영과 주님을 경외함이다. 그는 주님을 경외함으로 흐뭇해하리라. 그는 자기 눈에 보이는 대로 판결하지 않고 자기 귀에 들리는 대로 심판하지 않으리라.” 이사야 예언자는 예수님을 보지 못했지만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메시아를 꿈꾸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나라를 선포하셨고, 교회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미 동북부에는 50년이 되는 본당들이 있습니다. 뉴저지의 메이플 우드 성당은 작년에 50주년 감사미사를 봉헌했습니다. 퀸즈의 정하상 바오로 성당은 올해 50주년 감사미사를 봉헌했습니다. 필라델피아의 홀리 엔젤스 성당은 내년에 50주년 감사미사를 봉헌할 예정입니다. 이 세 성당은 동북부의 뿌리가 되어서 주변에 한인 성당을 분가하였습니다. 얼마나 오래 되었는가도 생각해야 하겠지만 어떻게 살았는가도 중요합니다. 그루터기에서 새순이 나오듯이 하느님께서는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로도 모퉁이의 머릿돌을 만드시기 때문입니다.

 

엠이 모임에서 사제들과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한 신부님은 마치 잘려나간 그루터기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미국 교회의 냉정한 현실을 보았습니다. 사제성소가 줄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교회의 가르침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질과 자본의 힘이 자아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의 가슴에 깊이 들어왔다고 합니다. 교회의 조직과 제도로는 식어버린 신앙을 뜨겁게 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아직은 젊은 신부님께서 비관적인 현실을 이야기하는데 들으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사실 저는 그루터기가 아닌 한창 자라나는 교회에서 사제가 되었고, 성장하는 교회와 함께 사목하였습니다. 교리를 받는 사람은 늘어났고, 성당은 비좁아서 분가해야 했고, 교황님이 3번이나 방문하는 시대를 살았습니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말을 실감하면서 지냈습니다. 그럼에도 신부님 한분은 희망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줌으로 하는 미팅에 많은 젊은 부부가 함께 하였다고 합니다. 팬데믹의 파도가 거셌지만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는 것처럼 영적인 목마름을 채우려는 부부도 많았다고 합니다. 작년에 20부부가 엠이 주말을 체험했는데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부부가 체험 할 것이라고 합니다. 신부님의 눈에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오늘 복음은 포도원 소작인의 이야기입니다. 실망과 좌절 속에서 주어진 책임을 소홀히 한다면 우리는 주님께서 책임을 묻는 소작인이 될 것입니다. 교만과 욕망 속에서 포도원을 돌보지 않고 세상의 것들에 마음을 빼앗긴다면 주님께서는 포도원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실 것입니다. 시련과 고통을 디딤돌로 삼는다면 말씀과 기도로 주님께서 맡겨주신 포도원을 잘 가꾼다면, 나눔과 희생으로 주님께서 맡겨주신 포도원을 풍성하게 열매 맺도록 한다면 주님께서는 더 큰 포도원을 맡겨 주실 것입니다. 우리의 가정은 주님께서 맡겨주신 소중한 포도원입니다. 자녀들이 하느님을 믿고 알아서 참된 구원의 길을 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성실한 포도원 지기의 역할입니다. 본당의 여러 단체 또한 주님께서 맡겨 주신 포도원입니다. 우리는 그 포도원이 잘 자랄 수 있도록 함께 연대하고, 봉사해야 합니다. 그것이 성실한 포도원 지기의 역할입니다. 주님께서는 제게도 미주가톨릭평화신문이라는 포도원을 맡겨 주셨습니다. 좋은 지면으로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이 성실한 포도원 지기의 역할입니다. 주님께서는 제게 동북부 엠이와 부르클린 한인성당이라는 포도원도 맡겨 주셨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나는 분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것이 성실한 포도원 지기의 역할입니다. 주님께서 나에게 맡겨주신 포도원을 잘 돌볼 수 있는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나 토빗은 평생토록 진리와 선행의 길을 걸어왔다. 나는 아시리아인들의 땅 니네베로 유배 온 친척들과 내 민족에게 많은 자선을 베풀었다. 주님이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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