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9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6-06 조회수592 추천수6 반대(0)

신문 홍보나 성지순례로 비행기를 탑승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좌석이 있겠지만 저는 주로 복도 자리를 선택합니다. 옆 사람에게 방해 받지 않고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는 약간 고민할 때가 있습니다. 물냉면인지 비빔냉면인지를 놓고 잠시 고민하기도 합니다. 짬뽕인지 짜장면인지를 놓고도 잠시 고민하곤 합니다. 그래도 그런 고민은 잠시이고, 선택에 따른 책임이나 피해는 없습니다. 자동차나 가전제품과 같이 가격이 비싸고,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들은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예전에 이런 광고가 있었습니다. “순간의 선택이 십년을 좌우합니다.” 꼼꼼히 살펴보고, 다른 제품과 비교해 보고, 사람들의 평가를 찾아보고 선택하면 도움이 됩니다. 평생을 함께하는 배우자라면 선택의 차원이 달라집니다. 상대방의 건강, 외모, 능력, 재력, 성격, 종교, 학력을 고려해야 합니다. 저는 사랑하는지, 성실한지를 살펴보라고 조언합니다.

 

저는 교사나 군인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3년간 같은 담임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4학년 2, 5학년 1, 6학년 3반이었는데 선생님이 저를 선택하신 것은 아니었겠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담임 선생님이 되셨습니다. 어린 제게 선생님은 존경의 대상이었습니다. 전 과목을 가르치셨습니다. 때로는 엄하셨지만 사랑으로 대해 주셨습니다. 저도 교사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어릴 때 사촌형님이 장교가 되어서 왔습니다. 형님이 입은 군복이 멋있어 보였습니다. 소위 계급장도 빛나보였습니다. 당시에는 대통령도 군인 출신이었습니다. 군대의 조직과 문화가 사회의 조직과 문화를 선도하던 시대였습니다. 운명처럼 제게 주어진 선택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신학교에 가서 사제가 되는 것입니다. 성당에서 만난 친구들 중에는 사제가 되겠다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신부님께서 입으시는 수단과 제의도 멋져 보였습니다. 구교우 집안으로 부모님의 후원과 기도가 있었습니다. 저는 큰 고민 없이 신학교를 선택하였습니다. 저의 선택이기도 하지만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셨던 것처럼 하느님의 부르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제로 지내는 것에는 교사와 군인의 모습이 있습니다. 강론과 교리를 통해서 복음을 선포하는 것은 교사의 모습입니다. 교회의 조직과 규율을 따라야 하는 것은 군인의 모습입니다. 사제가 되면서 저는 교사의 역할도, 군인의 역할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어르신들이 이렇게 말하고 했습니다. “사람이면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 사람답게 사는 기준이 있었습니다. 불쌍한 이를 도와주는 측은지심의 마음입니다.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지내는 사양지심의 마음입니다.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뉘우치는 수오지심의 마음입니다. 그릇된 것은 버리고 옳은 것을 따르는 시비지심의 마음입니다.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믿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사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입니다. 이런 마음이 없는 사람은 싸가지가 없다고 야단치셨습니다. 싸가지가 없다는 것은 4가지의 마음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성공하고, 권력을 갖고, 재물이 많아도 4가지의 마음이 없다면 사람답게 사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제자답게 사는 기준을 알려 주셨습니다. 첫 번째는 희생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몸소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십자가를 외면하였던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을 비난하셨습니다. 두 번째는 겸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첫째가 되고자 하는 이는 꼴찌가 되어야 한다. 잔치에 초대 받으면 윗자리에 앉지 마라.” 악의 유혹은 교만의 문으로 들어옵니다. 겸손은 하느님께 가까이 가는 지름길입니다. 세 번째는 가난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행복하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영원한 생명을 얻고자 하는 부자청년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가진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고 나를 따라라.” 부자였던 청년은 슬퍼하며 예수님을 떠나갔습니다. 이렇게도 말씀하셨습니다.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기 보다는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것이 더 쉽다.” 우리는 소유의 삶이 아니라 존재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하십니다. 자신의 재물을 기꺼이 가난한 이들에게 나눌 수 있었던 자캐오는 존재의 삶을 살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오늘 이 집은 구원받았다.” 신앙인인 우리는 희생, 겸손, 가난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세상의 영광이 아닌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살아야 합니다.

 

황제의 것은 황제에게 주고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드려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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