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9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6-07 조회수745 추천수7 반대(0)

억울(抑鬱)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통이 안 되고 꽉 막힌다는 의미입니다. 일본과 중국에도 없는 한자입니다. 영어로도 딱 들어맞는 표현이 없다고 합니다. 이 억울함이 쌓이면 병이 되는데 화병(火病)’이라고 합니다. 이 또한 한국에만 있는 표현입니다. 성서에는 억울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형의 질투 때문에 죽었던 아벨의 가 있습니다. 엄마와 동생의 계략으로 장자의 축복을 빼앗긴 에사오도 있습니다. 형들의 시기와 질투로 이집트로 팔려갔던 요셉도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였지만 파라오의 명령으로 죽어야 했던 히브리인들의 남자아기들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었지만 결국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지 못했던 모세도 있습니다. 다윗의 욕망 때문에 전쟁터에서 죽었던 우리야도 있습니다. 아합왕의 욕심 때문에 포도원을 빼앗기고 죽었던 나봇도 있습니다. 신앙심이 깊었고, 열심히 살았지만 갖은 고난과 고통을 당해야 했던 욥도 있습니다. 성실하게 살았지만 눈이 멀었던 토빗과 열심히 살았지만 조롱을 받아야 했던 사라도 있습니다. 아시리아와 바빌로니아의 침략으로 나라를 빼앗기고 유배를 떠나야 했던 이스라엘 민족도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십자가를 지고, 모욕을 당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배반당하고, 십자가 위에서 죽어야 했던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시간은 직선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순환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비하신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의 억울함을 아시고, 풀어주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과 계명을 충실하게 지키면 하느님께서는 죽음의 골짜기에서도 이스라엘 백성을 지켜 주신다는 믿음을 가졌습니다. 억울함 때문에 화병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억울함을 풀어주시는 하느님의 자비를 청하였습니다. 억울함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잘못과 허물을 성찰하였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는 이스라엘 백성의 눈물을 닦아 주실 메시아를 선포하였습니다. 하느님의 자비하심으로 새 하늘과 새 땅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언하였습니다. 이사야 예언자가 선포했던 메시아, 새 하늘과 새 땅을 시작하는 메시아는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이들은 모두 나에게로 오너라. 나의 멍에는 편하고 가볍다.” 예수님께서는 말씀과 표징으로 억울한 이들의 아픔을 풀어 주셨습니다. 절망과 좌절에 빠진 이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주셨습니다. 두려움 때문에 숨어 있던 제자들에게 평화를 주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너희는 크게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직선의 시간에서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만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순환하는 시간에서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함께 합니다. 그래서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에로 옮겨가는 것입니다. 이 시간의 정점에 부활이 있습니다. 이것을 서정적으로 표현한 노래가 있습니다. 제목은 마른 잎 다시 살아나입니다. 가사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서럽다 뉘 말하는가. 흐르는 강물을/ 꿈이라 뉘 말하는가./ 되살아오는 세월을/ 가슴에 맺힌 한들이 일어나 하늘을 보네/ 빛나는 그 눈 속에 순결한 눈물 흐르네./ 가네. 가네. 서러운 벗들이 가네./ 가네. 가네. 한 많은 세월이 가네./ 마른 잎 다시 살아나 푸르른 하늘을 보네/ 마른 잎 다시 살아나 이 강산은 푸르러이것이 우리의 신앙입니다. 땅 위를 기어 다녀야 했던 애벌레가 하늘을 나는 나비가 되듯이 언젠가 우리는 오욕과 시기의 허물을 벗어 버리고, 좌절과 절망의 허물을 벗어버리고 믿음과 희망의 날개를 펴서 사랑의 나라로 가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신앙입니다. “주님은 어질고 바르시니, 죄인들에게도 길을 가르치신다. 가련한 이 올바른 길 걷게 하시고, 가난한 이 당신 길 알게 하신다. 사람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날 때에는,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이 하늘에 있는 천사들과 같아진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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