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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9주간 토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6-10 조회수425 추천수1 반대(0) 신고

[연중 제9주간 토요일] 마르 12,38-44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 것을,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어느 성당에서 미사 중에 어려운 이웃을 위한 특별헌금을 걷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유럽에서는 봉헌 바구니를 돌릴 때 만약 고액권 지폐 밖에 없어서 내기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그 지폐를 넣고 잔돈을 거슬러 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자기 형편대로, 자기가 내고 싶은만큼 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널리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지요. 아무튼 그 봉헌 바구니가 어느 시각장애우 앞에 멈추었습니다. 그는 그 본당 신자들에게는 잘 알려진 사람으로 단 1프랑도 헌금하기 힘들 정도로 형편이 어려운 가난한 사람이었지요. 그런데 자그마치 27프랑을 세어서 봉헌 바구니에 넣는 것이었습니다. 옆에 앉은 사람이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서 물었습니다.

 

“형편이 어려우신걸로 아는데 그렇게 많은 돈을 내도 괜찮으십니까?”

 

그러자 그 시각장애우는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당신 빛으로 저를 이끌어주신 덕에 감사하게도 많은 것들을 누리며 살고 있지요. 그런데 제 친구가 말하길 보통 가정에서 저녁시간 동안 전등을 켜는데 드는 전기요금이 일 년에 27프랑이라고 하더군요. 나는 전등을 켤 필요가 없지만 전기요금을 낸다고 생각하고 돈을 모았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하느님을 알지 못해 어둠 속에서 고통받는 이웃들에게 참 빛이 비치도록 돕고 싶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봉헌’의 참된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자신이 부족함 없이 쓰고도 남을 정도로 넉넉해야 봉헌할 수 있고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지요. 그러나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제대로 된 봉헌을 실천하기가 어렵습니다.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욕심’이라는 녀석은 만족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많은 돈을 벌어도, 높은 자리에 올라도, 큰 성공을 거둬도 항상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서 더 많은 돈을, 더 높은 자리를, 더 큰 성공을 위해 열심히 뜁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하느님께 대한 감사, 마음을 담은 봉헌과 나눔, 사랑의 실천 같은 중요한 가치들은 내 삶의 우선순위에서 저 뒷자리로 밀려나고 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사람들이 헌금함에 돈을 넣는 모습을 지켜보십니다. 비싼 옷과 보석으로 겉모습을 화려하게 꾸민 부자들이 시끌벅적하게 온갖 생색을 내며 큰 돈을 내는 모습을 보십니다. 남루한 옷을 입은 수척한 얼굴의 과부가 한참을 고민하다 굳은 결심을 한 표정으로 얼마 안되는 돈을 내는 모습도 보십니다. 그리고는 그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은 돈을 넣었다고 칭찬하십니다. 그녀가 헌금함에 넣은 렙톤 두닢은 오늘날 원화로 환산하면 1400원 정도의 가치밖에 안되는 적은 돈이지만, 그녀는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신 은총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기꺼이 봉헌했으며, 그녀가 여러가지로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자기보다 더 힘든 이웃을 위해 가진 것을 나누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액수의 많고 적음 보다는 당신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우리 마음의 크기를 보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봉헌’은 가진 것이 많고 적음에 달린 것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하느님을 위해, 이웃을 위해 가진 것을 나눌 마음이 있는가에 달린 것입니다. 나에게 필요없는 것, 남아도는 것의 일부를 내놓는 것은 봉헌이 아닙니다. 지금 나에게도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이지만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불편을 감수하고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참된 봉헌인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주일미사 때 마지못해 내는 지폐 몇 장보다는 삶의 매 순간 당신께 봉헌하는 마음으로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는 우리의 마음을 더 어여쁘게 여기실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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