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0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6-14 조회수670 추천수6 반대(0)

오늘은 615일입니다. 23년 전 남한의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에서 남북 정상회담공동선언을 선포한 날입니다. 저는 당시 접경지역인 적성성당의 본당신부로 있었습니다. 공동선언 발표 이후 남과 북은 해빙기를 가졌습니다. 남한의 예술인들이 북한에서 공연하였고, 북한의 예술인들이 남한에서 공연하였습니다. 올림픽에서는 선수들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으로 입장하기도 하였습니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은 남북공동선언의 열매였습니다.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의 공로를 인정받아 김대중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받았습니다. 4년 전에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만남이 하노이에서 있었습니다. 아쉽게도 북한과 미국의 만남은 공동선언이 없이 결열 되었지만 북한과 미국의 공동선언이 있었다면 새로운 시대를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에 미국의 대사관이 입주하고, 미국에 북한의 대사관이 입주하였다면 좋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전부 폐기하고, 미국이 대북경제제재를 해제하였으면 좋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예전의 기억입니다. 왼쪽 손목이 부어서 잘 가는 침술원엘 갔습니다. 원장님은 부은 손목을 치료하지 않으시고 오른손에 침을 놓으셨습니다. 신기한 것은 반대편에 침을 놓는데도 왼쪽 손목이 편해지는 것입니다. 원장님은 얼음찜질하거나, 감자를 썰어서 손목에 붙여 놓으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부은 손목에 침을 놓으면 오히려 더 부을 수 있다고 합니다. 왼쪽 손목은 시간이 지나 부은 것이 가라앉으면 침을 놓는 것이 좋다고 하십니다. 저는 원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의 감정도 비슷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화가 나 있을 때는 잠시 멈추는 것이 좋았습니다. 화가 나서 결정하는 것들 때문에 때로 일을 그르치기도 했습니다. 화가 나 있는 상대방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도 결과는 신통치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화가 난 감정을 추스르면서 시간을 가지고 생각하면 좋은 방법이 떠오를 때가 많았습니다. 화가 난 상대방도 시간을 가지고 기다리면 오히려 미안하다고 말할 때가 있었습니다.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상대방의 화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도 현명한 방법 같습니다.

 

우리는 그런 모습을 요한복음 8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죄를 지은 여인을 예수님께 데려왔습니다. 손에는 돌이 있었습니다. 그런 죄를 지은 사람은 율법에 따르면 돌로 쳐서 벌하게 되어있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떨고 있는 여인을 보셨습니다. 감정에 휩싸여 눈에는 핏발이 서 있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리에 앉아서 글을 쓰셨습니다. 글을 쓰면 마음이 정리되기 때문입니다. 벌을 주어야 한다는 분노를 가졌던 사람들의 마음도 조금씩 누그러졌습니다. 떨고 있던 여인도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돌을 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십니다. ‘여러분 중에 죄가 없는 사람이 저 여인에게 돌을 던지시오.’ 그리고 여인에게도 이야기하십니다. ‘나도 그대의 죄를 묻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다시는 죄를 짓지 마십시오.’ 우리는 내비게이션, 인공위성, 기상관측 기구를 통해서 원하는 곳을 쉽게 갈 수 있고, 1주일 혹은 한 달가량의 날씨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지혜롭다 할 수 없습니다. 정말 지혜로운 것은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내비게이션으로 찾아갈 수 없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인공위성으로 예측하기도 어렵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율법 학자와 바리사이파처럼 겉모습만 하느님을 따라서는 안 된다고 하십니다. 신앙인은 세상 사람들보다 더 치열하게 살아야 하고, 세상 사람들보다 더 나누며, 사랑하며 살아야 합니다. 참된 지혜는 며칠 앞의 날씨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한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의 뜻을 아는 것입니다.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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