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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4 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7-08 조회수828 추천수4 반대(0)

교구의 인사이동은 1년에 2번 있습니다. 2월과 8월에 있습니다. 인사이동은 기다려지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합니다. 정들었던 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는 아쉬움과 설렘이 있습니다. 사제생활을 하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원하면 안식년을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2018년에 안식년을 신청하였습니다. 안식년 중에 제주도 엠마오 연수를 다녀왔고, 동창 신부님 성당에서 지내기도 했고, 여행을 다녔습니다. 인사이동의 끝은 성사 전담 사제가 되는 것입니다. 교구는 70세가 되면 성사 전담 사제로 인사이동을 하게 됩니다. 건강상의 이유로 신청을 하면 70세가 되지 않았어도 성사 전담 사제가 되기도 합니다. 성사 전담 사제는 은퇴 사제입니다. 교구에서는 성사 전담 사제들을 위한 공동 사제관을 마련해 주고 있습니다. 저도 성사 전담 사제가 되는 그날까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마치 성사 전담 사제들에게 하시는 말씀 같습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로마인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므로 형제 여러분, 우리는 육에 따라 살도록 육에 빚을 진 사람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육에 따라 살면 죽을 것입니다. 그러나 성령의 힘으로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 것입니다.” 당시 로마는 세계 최강의 나라였습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습니다. 로마는 강력한 군대로 제국을 건설했습니다. 로마의 문화와 로마의 제도는 로마가 지배하는 모든 지역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사셨던 이스라엘도 로마의 총독이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로마인에게 바오로 사도는 새로운 삶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육체의 욕망에 따라서 살기보다는 성령의 뜻에 따라 살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바오로 사도의 이런 새로운 기준은 시간이 필요했지만 로마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고, 성령의 뜻에 따라 사는 신앙이 로마의 국교가 되었습니다. 로마라는 제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로마가 받아들인 성령의 뜻, 교회는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절망 중에 있는 사람에게는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어둠 속에 있는 사람에게는 빛이 되고 있습니다. 

 

본당에 있을 때, 봉성체를 다녔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을 찾아가기도 했고, 병원에 입원하신 분들을 찾아가기도 했고, 요양 병원에 계신 분들을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성체를 모시면서 기뻐하셨고, 제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해 주셨습니다. 그분들에게 주님은 위로가 되셨고, 용기를 주셨고, 희망이 되셨습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분이 있습니다. 청량리 성 바오로 병원으로 봉성체를 갔을 때입니다. 수술을 기다리는 자매님께서 기도를 청하셨고, 성체를 모시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그분을 위해서 기도를 드렸고, 성체를 모실 수 있도록 해 드렸습니다. 큰 수술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자매님께서는 아무런 두려움과 걱정이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주님께서 함께 하시니 다 잘 될 거라고 이야기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과 계명을 기준으로 사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셨습니다. 율법과 계명은 이스라엘 백성을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이정표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율법과 계명은 지키는 사람과 지키지 못하는 사람을 나누는 기준이 되었습니다. 율법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을 단죄하는 근거가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이 율법을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율법은 사람을 위해서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율법은 하느님의 사랑과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율법의 이름으로 부정한 여인에게 돌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부정한 여인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율법의 이름으로 돌아온 탕자를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돌아온 탕자를 위해서 잔치를 베푸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제시하신 새로운 기준은 온유함과 겸손입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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