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부모 성 요아킴과 성녀 안나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7-25 조회수848 추천수5 반대(0)

8월이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신부님과 크루즈 여행을 함께 했습니다. 크루즈 여행은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많이 간다고 들었는데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가족들이 주로 왔고, 젊은 분들도 많았습니다. 첫날 저녁 ‘COOL’이라는 공연을 보았습니다. 70년대 80년대에 유행했던 팝송을 주제로 한 공연이었습니다. 그때는 고고에서 디스코로 넘어가던 시대였습니다. 고등학교 동창 중에는 청계천에 가서 레코드 판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귀에 익은 흥겨운 음악을 들으니 제가 80년대로 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매일 저녁 공연을 보는 즐거움이 있고, 짐을 다시 꾸리지 않는 것이 크루즈 여행의 장점입니다. 무엇을 먹을까 굳이 고민하지 않고 정해진 식당을 골라서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우리의 80년대는 풍요와 번영의 시대였습니다. 국민소득 천불과 수출 백억 불의 시대였습니다. 자가용이 보편화 되던 시대였습니다. 86아시안 게임과 88 올림픽의 시대였습니다. 교회에도 조선교구 설정 150주년 기념행사가 있었고, 103위 시성식이 있었습니다. 예비자들이 교회를 찾았고, 본당을 새로 늘리던 시대였습니다. 그런 시대를 넘어 저는 1991년에 사제가 되었습니다.

 

서양의 팝송과 생맥주 그리고 프로야구와 영화에 젖어 있을 때 또 다른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사물놀이와 민중가요가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등장했습니다.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 적인 것이다.’라는 말도 있었습니다. 근로자들의 권익을 위해서 노동운동에 헌신하는 젊은이들이 있었습니다. ‘농활을 통해서 우리 농촌의 현실을 제대로 알아가는 젊은이들이 있었습니다. 서양의 철학과 서양의 신학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철학과 우리의 신학을 연구하며 신학의 토착화를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80년대는 공존의 그늘에서 힘들어 하는 이들과 함께하는 시대였습니다. 저도 돈 보스코 센터에서 1년 정도 봉사하였습니다. 그곳에서 직업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교리를 가르쳤고, 방송통신 고등학교에 함께 갔습니다. 야학을 하는 선생님들을 만났습니다. 신학교에서는 해방신학, 아시아신학, 민중신학을 토론하였습니다. 통일에 대한 열망으로 한 젊은이는 북한으로 가서 남한의 이야기를 전하였습니다. 한 사제는 그 젊은이를 데리고 군사분계선을 넘었습니다. 국가보안법의 무서움도 젊은이의 열정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BTS의 음악이 팝송의 본 고장에서 1위를 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의 시대를 그리워합니다. 광야에서 먹을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했지만 굶주림 앞에서 자유는 큰 의미가 없었습니다. 배부른 돼지보다는 굶주린 소크라테스가 되고자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 주었더니 보따리 달라고 하듯이 이스라엘 백성은 광야라는 현실 앞에서 이집트의 풍요를 그리워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통해서 그런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만나를 내려 주십니다. 그러나 만나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욕망을 다 채울 수 없었습니다. 스스로 깨닫지 않는다면, 스스로 일어서지 않는다면 만나는 결코 이스라엘 백성을 광야에서 약속의 땅으로 이끌 수 없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만나는 씨를 뿌려야 얻을 수 있습니다. 씨를 뿌려서 거두는 만나를 먹어야 약속의 땅으로 갈 수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나는 씨를 뿌리고, 아폴로는 거름을 주었지만 결실을 맺는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비록 우리가 뿌리는 씨가 길가에 떨어지고, 자갈밭에 떨어지고, 가시덤불에 떨어질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씨를 뿌려야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2023년이라는 밭에 를 뿌려야 합니다. 우리가 뿌리는 씨는 복음을 전하는 것이고, 마귀를 쫓아내는 것이고, 병자를 고쳐주는 것입니다. 나는 씨는 뿌리지 않고 하늘에서 만나가 내려오기만을 기다렸는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었는데, 어떤 것은 백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서른 배가 되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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