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 절벽에다 뿌리를 / 따뜻한 하루[152] | |||
---|---|---|---|---|
작성자박윤식 | 작성일2023-07-27 | 조회수245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해변의 절벽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온 바위틈에서 파란 싹이 돋아났습니다. 싹 : 바람이 날 여기로 데려왔는데 여기서 살아도 돼? 바위 : 안 돼. 이곳은 너무 위험하고 척박해. 싹 : 어떡하지 벌써 뿌리를 내렸는걸. 시간이 흘러 싹이 자라 나무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바위틈에서 어렵게 자리를 잡은 나무는 처음부터 생각한 그대로 크게 자라지를 못했습니다. 바위 : 다른 곳에 뿌리를 내렸으면 멋진 나무가 되었을 텐데. 나무 : 그게 무슨 말이야, 난 세상에서 이곳이 제일 좋아. 바위 : 그렇다면 어디 뿌리를 조금 더 깊게 뻗어 봐. 나무 : 내 뿌리가 자랄수록 넌 몸이 부서지잖아. 그리하여 바위와 나무는 그렇게 수십 년을 함께 살았습니다. 나무뿌리가 파고든 바위틈에 고인 빗물이 겨울에 얼고 봄에 녹는 것이 무수히 반복되었고, 결국 바위는 최후의 마지막 한 순간을 맞게 되었습니다. 바위 : 나무야, 난 더는 버틸 수 없을 것 같아 나무 : 안 돼, 힘내. 난 여기 오고서 기쁨을 알았어. 바위 : 괜찮아. 이제야 이곳에 살았던 이유를 알 것 같아. 나무 : 나도 이곳에 살면서 너 땜에 한 번도 슬퍼하지 않았어. 그렇게 난 너를 만나기 위해 그 오랜 시간을 기다렸던 거야. 그날 밤에 폭풍우가 몰아쳤습니다. 나무는 바위를 꼭 끌어안고 운명을 같이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한다는 김춘수 시인의 ‘꽃’의 한 내용입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예수님께서도 삶에 지친 우리들에게 ‘내 멍에를 메어라’면서 부르고 계십니다(마태 11,28-30).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그리하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와서 배워라.” 그렇습니다. 이 세상은 혼자 살기에는 너무나 힘든 곳입니다. 하지만 삶의 모든 희로애락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도 놀라운 축복의 하나입니다. 힘들 때 멀어지지 않고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는 그렇게 당신 마음에 누군가 작은 뿌리를 내린다면, 그를 위해 날마다 쪼개지는 바위처럼 살아가보세요. 감사합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