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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녀 마르타와 성녀 마리아와 성 라자로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7-28 조회수666 추천수6 반대(0)

강물이 어는 겨울에도 어느 한 곳에는 숨구멍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야 공기가 통하고, 그래야 물고기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 사람들이 모이기 힘들 때가 있었습니다. 긴급조치가 있었고, 유신헌법이 있었고,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뽑지 못할 때가 있었습니다. 외롭고 지친 사람들이 찾아가던 곳이 있었습니다. 과도한 공권력을 피해서 찾아가던 곳이 있었습니다. 인권이 꽁꽁 얼어붙어 있던 시절에 숨구멍과 같은 곳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곳을 명동성당이라고 불렀습니다. 경찰에 쫓기던 학생들이 머물던 곳입니다. 힘없던 노동자들이 머물던 곳입니다. 억울한 사람들이 찾아오던 곳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는 이렇게 이야기하셨습니다. “이 학생들을 잡아가려거든 먼저 나를 잡아가시오, 그 뒤에는 사제들이 있고, 그 뒤에는 수도자들이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숨구멍과 같은 분이셨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에게도 숨구멍같은 분들이 있었습니다. 불면증 때문에 힘들어 하셨을 때 기도해 주시던 수녀님들이 있었습니다.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소임을 다하던 신부님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수녀님과 신부님들이 있었기에 김수환 추기경님은 존경받는 이 시대의 어른이 되셨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시고, 말씀과 표징으로 복음을 전하시던 예수님께도 숨구멍같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자캐오는 예수님을 만나고 싶어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캐오의 집에 머물면서 식사하셨습니다. 자캐오는 예수님께 자신의 재산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이 집은 구원 받았다.’라고 하셨습니다. 자캐오는 예수님께 숨구멍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니코데모와 아리마태아 사람 요셉도 예수님께는 숨구멍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은 바리사이며, 유대인들의 지도자였습니다. 드러내 놓고 예수님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예수님 구원사업의 협력자였습니다. 예수님의 발에 향유를 발라드린 마리아도 있습니다. 다른 이들은 예수님께 바라는 것이 있었지만, 마리아는 예수님을 위해서 향유를 준비하였습니다. 오늘 축일로 지내는 마르타, 마리아, 라자로도 예수님께 숨구멍같은 사람들입니다. 마르타는 예수님을 위해서 음식을 장만했습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의 발치에서 말씀을 들었습니다. 라자로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예수님께서는 슬픔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제게도 숨구멍같은 분들이 많았습니다. 언제나 저를 위해서 기도하셨던 어머니가 있습니다. 늦은 밤에도 저를 기다려 주셨습니다. 남들이 혹 저를 비난할 지라도 어머니는 저를 믿어 주셨습니다. 제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저보다 더 잘 아셨습니다. 3년 전에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지만 그곳에서도 어머니는 저를 위해서 기도해 주실 것입니다. 저와 함께 일하던 직원들이 있습니다. 성격이 급하고, 머든지 미리 해야 하는 업무 스타일이기에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고 합니다. 직원들이 저를 도와주었기에 맡겨진 일들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성지순례를 가면 뒤에서 저를 도와주는 분들이 있습니다. 제의를 챙겨주시는 분들도 있고, 간식을 챙겨주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신문사의 창고 정리를 해 주시고, 음식을 챙겨주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부르클린 교구에 있는 한국 신부님들도 제게는 숨구멍같은 분들입니다. 제가 뉴욕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팬데믹의 터널을 함께 지나올 수 있었습니다.

오늘 요한 사도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출세, 성공, 권력의 패러다임으로는 이해 할 수 없는 방법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서로 사랑합시다. 사랑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이는 모두 하느님에게서 태어났으며 하느님을 압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을 알지 못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하느님께서 우리를 이렇게 사랑하셨으니 우리도 서로 사랑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하느님을 본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서로 사랑하면,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머무르시고 그분 사랑이 우리에게서 완성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머무르고 하느님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도 충실하게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이웃에게 숨구멍같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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