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7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8-01 조회수663 추천수9 반대(1)

현미경으로 물을 보면서 물을 마시는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사실 현미경을 통해서 물을 보면 그 안에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생물들이 많다고 합니다. 우리의 시각은 그것들을 보면서 물을 마시도록 진화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현대인들이 가지는 질병 중에는 지나치게 청결하기에 생기는 것도 있다고 합니다. 밀과 가라지가 같이 자라듯이 우리의 몸은 유익한 것도, 무해한 것도, 유해한 것도 어느 정도는 함께 거주 하도록 진화 했다고 생각합니다.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다 태운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순례 중에 짐 가방은 꼭 필요합니다. 버스에 짐을 넣고 내리는 것을 도와 드리다가 그만 왼쪽 손목에 무리가 갔습니다. 열정도 좋지만 요령이 필요한 일도 있기 마련입니다. 별 것 아니겠지 생각하며 지냈는데 손목이 점점 아파왔습니다. 왼손의 고마움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병마개를 열 때도, 옷을 입을 때도 왼손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컴퓨터의 자판을 입력하는 데도 왼손의 도움은 컸습니다.

 

우리의 귀도 그렇습니다. 평소에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고 잠들었습니다. 몸이 피곤하면 귀도 피곤한지 잘 들리지 않았나 봅니다. 손목이 아파서 일찍 자리에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전에는 듣지 못했던 소리가 들렸습니다. 벽시계의 초침 돌아가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거실에 있는 냉장고의 소음도 들었습니다. 이왕 이리 된 것 잠을 뒤척이기보다는 생각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어차피 곧 새벽은 올 것이고 이열치열이라는 말처럼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서 생각에 몰두 했습니다. 그러니 두 가지 것이 마음에서 떠났습니다. 손목이 아픈 것에 대한 짜증이 사라졌습니다. 벽시계의 초침소리도, 냉장고의 소음도 아름답고 감미로운 음악에게 자리를 내어 주었습니다. 예전에 어머니는 아버지의 자리를 함부로 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존경을 이야기하였고, 아버지의 권위를 지켜드리려고 하였습니다. 아버지가 자리에 계시지 않았어도 아버지의 물건과 아버지의 자리는 함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자리는 마치 성소(聖所)’와 같았습니다. 신화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은 어쩌면 이해 못 할 것 같습니다. 하느님을 만나는 모세가 너울을 쓴 것도 어찌 보면 비슷한 것 같습니다.

 

은퇴하신 원로 신부님과의 대화는 밭에 묻혀있는 보물을 찾는 것 같습니다. 들어야 할 것도 많고, 배울 것도 많습니다. 신문의 지면을 보고서 노부부가 가슴에 전대를 차고 오셨다고 합니다. 당시에도 큰 금액을 기꺼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내어 놓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전대를 차고 오시는 분은 별로 없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기꺼이 나눔에 함께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매주 소개되는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라는 지면을 보고 많은 분들이 정성을 보내 주십니다. 분기별로 소개를 하는데 상당히 많은 도움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재능기부라는 말이 있습니다. 성악가들이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건축가들이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집을 새로 수리해 주기도 합니다. 치과의사들이 나환자 마을을 방문해서 치료해 주기도 합니다. 성무에서는 은퇴하였지만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지 가서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주시는 신부님도 보았습니다.

 

이분들이 예수님의 복음 말씀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하늘나라는 밭에 숨겨진 보물과 같다. 그 보물을 발견한 사람은 그것을 다시 숨겨 두고서는 기뻐하며 돌아가서 가진 것을 다 팔아 그 밭을 산다.” 밭에 숨겨진 보물은 우리 중에 가장 굶주리고, 가장 헐벗고, 가장 가난하고, 가장 외로운 분들입니다. 그분들에게 해 드리는 것이 바로 예수님께 해 드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왼손목이 아파 잠 못 이룬 밤에 저도 생각의 재능기부를 잠시 해 보았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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