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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8-05 조회수705 추천수6 반대(0)

여행을 다녀오면서 피부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습니다. 강한 햇볕에 노출된 어깨와 등이 빨갛게 익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피부의 허물이 벗겨졌습니다. 피부가 햇빛에 약하다는 것을 새삼 알았습니다. 학생 때 바닷가를 다녀와서 허물이 벗겨진 이후에 처음으로 허물이 벗겨진 모습을 보았습니다. 허물이 벗겨지면서 미관상 안 좋기도 했고, 무리하게 허물을 벗겨내면서 민감한 피부가 아프기도 했습니다. 허물을 벗겨내면서 허물의 두 가지 의미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나는 겉으로 드러나는 피부입니다. 저처럼 몸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허물이 생기는 경우입니다. 대부분의 곤충에게는 허물이 있습니다. 곤충에게 허물을 새로운 몸으로 거듭나는 탈피의 과정입니다. 땅을 기어 다니는 애벌레가 죽음과 같은 고치의 과정을 거치면서 허물은 남고 하늘을 나는 나비가 됩니다. 같은 몸이지만 전혀 다른 차원의 삶을 살게 됩니다. 마치 부활의 상징과 같습니다. 파충류 중에는 탈피의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허물을 벗으면서 더 성장하고, 더 깨끗하고 건강한 피부가 됩니다.

 

허물의 두 번째 의미는 마음의 문제입니다. 허물과 관련된 속담이 있습니다. “숯이 검정 나무란다. 칼날이 날카로워도 제 자루 못 깎는다. 손이 발이 되도록 빈다. 며느리가 미우면 발뒤꿈치가 달걀 같다고 나무란다. 남의 말이라면 쌍지팡이 짚고 나선다. 누구나 허물 없는 사람은 없다. 독사는 허물을 벗어도 독사다. 똥 싼 놈은 도망가고 방귀 뀐 놈만 잡혔다. 자랑 쟁이에게 허물이 더 많다. 자기 얼굴은 자기가 못 본다. 겨울바람이 봄바람보고 춥다고 한다. 재를 털어야 숯불이 빛난다. 가랑잎이 솔잎 더러 바스락 거린다고 한다.” 허물에 대한 속담 대부분은 겸손을 이야기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에 있는 작은 티를 이야기 하듯이 자신의 허물은 보지 못하면서 남의 허물을 먼저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남들도 그러는데 머!’라고 하면서 저의 잘못을 합리화 한 적도 많았습니다. 신앙 안에서 허물은 원죄와 같습니다. 원죄를 가지고 태어난 인간은 혼자의 힘으로는 구원받을 수 없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백신을 통해서 치유될 수 있었듯이, 원죄의 허물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라는 백신을 통해서 치유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입니다. 문득 생각해 보았습니다. 예수님의 허물은 무엇일까?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하신 것이 허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하늘에 계셨으면 이 꼴 저 꼴안 보시고 편하게 계셨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 되셔서 말구유에 태어나셨습니다. 사람이 되셔서 생로병사의 고통을 겪으셔야 했습니다. 사람이 되셔서 십자가 위에서 조롱을 받으셨습니다. 사람이 되셔서 제자들의 배반을 눈으로 보아야 했습니다. 사람이 되셔서 십자가 위에서 죽으셔야 했습니다. 예수님의 허물은 몸소 사람이 되시려고 했던 인간에 대한 지극한 사랑입니다. 예수님의 두 번째 허물은 지나친 겸손입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신 것도 겸손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늘 겸손을 강조하셨습니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려고 왔다고 하셨습니다. 잔치에 초대 받으면 윗자리에 앉지 말고 아래에 앉으라고 하셨습니다. 첫째가 되고자 하는 이는 꼴찌가 되라고 하셨습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여러분의 발을 씻어 주는 것은 여러분도 그렇게 하라고 본을 보여 주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허물은 사랑과 겸손입니다. 그러나 그 사랑과 겸손이 세상을 구원하였습니다.

 

주님의 거룩한 변모를 보면서 베드로 사도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원하시면 제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주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주님의 거룩한 변모를 보면서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성공, 명예, 권력이라는 텐트가 아닙니다. 주님의 거룩한 변모를 보면서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사랑과겸손이라는 허물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의 아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날 때까지, 지금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염색을 하는 것도, 체중 조절을 하는 것도, 성형을 하는 것도, 화장을 하는 것도 변모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거룩한 변모라고 하지 않습니다.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주님을 따르는 것이 거룩한 변모입니다. 사랑과 겸손으로 주어진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가는 것이 거룩한 변모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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