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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8주간 월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8-07 조회수472 추천수3 반대(1) 신고

[연중 제18주간 월요일] 마태 14,13-21 

 

 “저희는 여기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가진 것이 없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아주 적은 양의 음식으로 오천명이 넘는 군중들을 배불리 먹이시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마태오 복음사가는 다른 복음과는 다르게 이 기적이 ‘성체성사’와 동일한 순서로 이루어진 것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로부터 빵 다섯개와 물고기 두 마리라는 봉헌물을 받으시고 그것을 먹을 수 있도록 은총을 베풀어주신 하느님 아버지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신 후, 그 음식들을 떼어 제자들에게 나누어주시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내가 가진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느님 아버지께 봉헌하고, 그분의 뜻에 맞게 쓰도록 노력하면, 하느님께서 당신의 놀라운 능력으로 우리의 봉헌물을 풍성하게 변화시켜 충만한 은총으로 되돌려주신다는 진리를 깨닫게 되지요.

 

하지만 제자들은 아직 그 진리를 깨닫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녁 때가 되자 예수님께 ‘군중을 돌려보내시어 스스로 먹을거리를 사게 하라’고 재촉합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굶주림에 시달리던 이들이 예수님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준비해온 것을 먹기에 눈치가 보였던 겁니다. 자기들이 먹을 음식만큼은 지키고 싶은 마음, 군중들이 굶주리는 것은 그들이 먹을 것을 챙겨오지 않은 탓이니 그들로 인해 자기들까지 피해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던 겁니다. 그런 옹졸하고 이기적인 마음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던 차에, 예수님이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고 하시니 그들의 마음 속에서는 ‘이러다 진짜 내 것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절대 그러고 싶지 않다’는 거부감이 커졌겠지요.

 

그래서 어떻게든 ‘나눌 수 없는 이유’를, 자기 것을 지켜야만 하는 정당한 근거를 찾으려고 듭니다. 빵이 다섯개 ‘밖에’, 물고기가 두마리 ‘밖에’없다는 것이, 그런 보잘 것 없는 적은 양으로는 어차피 수천명의 군중이 먹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수학적이고 물질적인 사실이 제자들에게는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화해주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라고 여겨졌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삶에 넘치도록 충분하여 나눠도 괜찮은 때가 있기는 할까요? 인간이란 늘 부족함과 결핍 속에서 매일을 근심하고 걱정하며 살아가는 부족하고 약한 존재가 아닌지요? 모자라는 부분만 쳐다보고 있으면 그 상태에 정체되고 매몰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늘 뭔가에 쫓기듯 불안하고 공허한 삶을 살게 됩니다. 그렇기에 부족함보다는 충분함을, 못하는 것보다 잘하는 것을, 걱정할 일보다 감사할 일을 먼저 바라보아야 합니다. 나의 관점을 긍정으로, 감사로, 더 나아가 믿음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그렇게 우리 관점을 바꾸시기 위해 예수님은 얼마 안되는 그 음식을 손에 들고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십’니다. 예수님께는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가 중요하지 않았기에, 작고 보잘 것 없는 음식이지만 그것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찬미의 기도를 바치실 수 있었던 겁니다. 바로 거기서부터, 논리적 계산이 아니라 단순하고 소박한 감사에서부터 빵의 기적이 시작되었습니다. 내가 지금 손에 쥐고 있는게 무엇이든, 그것을 얼마만큼 가졌든간에 그것은 원래부터 내 소유가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것임을 인정하고 감사할 때, 그것을 기꺼이 하느님께 내어드리면 그분께서 끝까지 책임을 지실거라고 굳게 믿을 때 우리 삶에 믿음의 기적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베푸시는 영적, 물적 은총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우리 마음은 더 충만해질 수도 있고, 더 궁핍해질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걸 가졌더라도 ‘난 이거밖에 없다’며 불평과 불만을 입에 달고 살면 삶이 비참해질 것이고, 가진게 별로 없어도 감사와 찬미를 입에 달고 살면 삶이 충만해질 것입니다. 감사와 찬미가 우리를 하느님을 소유한 진짜 복된 존재로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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