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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8주간 토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8-12 조회수267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18주간 토요일] 마태 17,14ㄴ-20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타이타닉 같은 재난영화를 보면 거대한 여객선이 거센 폭풍우와 높은 파도 때문에 중심을 잃고 좌초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이런 위기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꽉 붙잡는’ 사람입니다. 난간이든, 로프든, 구명보트든, 떨어져 나간 문짝이든 그 상황에서 자신의 생명을 지켜줄 뭔가를 꽉 붙잡는 사람은 일단 목숨을 건집니다. 그런데 뭔가 잡기는 잡았는데 엉뚱하고 쓸모 없는 것들을 붙잡은 사람들, 즉 썩은 밧줄이나 물에 가라앉는 쇠판 같은 것들을 붙잡은 사람들은 그것을 아무리 꽉 붙잡고 있는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그러한 것들은 위기상황을 이겨낼 힘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모습은 인생이라는 넓은 바다를 항해하는 나 자신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살다가 ‘고통’이라는 거센 바람과 ‘시련’이라는 높은 파도를 만났을 때 그것들을 잘 이겨내는 사람들은 내 삶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자 보호자이신 하느님을 꽉 붙잡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뭐니뭐니해도 하느님을 붙잡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하느님께 매달리는 것이 가장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간관계, 재물, 권력 같은 유한한 것들을 붙잡고 그것들에 마지막 희망을 거는 사람들은 곧 한계에 부딪히고 절망에 빠지게 됩니다. 그런 유한한 것들은 내 영혼을 구원으로 이끌어줄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간질환자인 아들을 둔 아버지가 예수님을 찾아와 자비를 베풀어 주시기를 청합니다. 하루 종일 간질에 시달리는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러웠습니다. 아들은 병세가 깊어질수록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안전한 집안에서 발작을 일으키면 그나마 다행인데, 커다랗게 불을 피워놓은 곳이나, 물이 깊은 호수 근처에서 발작을 일으키면 큰 상처를 입고는 했습니다. 죽을 뻔한 위기를 겨우 넘긴 일도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아버지는 아들의 병을 고치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하며 백방으로 뛰어다녔습니다. 민간요법의 대가, 마귀를 잘 쫓아내기로 유명한 무속인, 최고의 의술을 자랑하던 의사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람을 두루 찾아다니며 도움을 청했습니다. 그러나 ‘혹시나’하는 희망은 언제나 ‘역시나’하는 절망으로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예수님의 제자들을 만나 그들에게도 도움을 청했지만 또 다시 좌절을 경험했고,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예수님을 찾아온 것입니다.

 

 너무나 먼 길을 돌아오기는 했지만, 그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꽉 붙잡은 예수님은 그 아들의 목숨을 살려줄 굵고 튼튼한 ‘밧줄’이었습니다. 예수님이라는 밧줄을 통해 생명을 주시는 하느님의 힘이 아들에게 전달되었고, 바로 그 시간에 아들의 병이 나았던 것입니다. 삶이 힘겹고 고통스러울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쓸데없는 것들을 붙잡느라 시간과 힘을 낭비하지 말고, 예수님이라는 가장 튼튼하고 안전한 밧줄을 꽉 붙잡는 일입니다. 그러면 그분을 통해 하느님께서 나의 병을 고치시고 나의 목숨을 살려주실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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