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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9주간 월요일,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제 순교자 기념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8-14 조회수358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19주간 월요일,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제 순교자 기념] 마태 17,22-27 

 

 "그것을 가져다가 나와 네 몫으로 그들에게 주어라.”

 

 

오늘 복음에서 언급되는 ‘성전세’는 예루살렘 성전을 유지하고 보수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이스라엘 백성들 모두가 함께 나누어서 부담하는 한편, 속죄예식에 쓰일 희생제물을 구입하기 위한 비용으로 쓰기 위해, 만 20세 이상인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이 일 년에 한 번 씩 자발적으로 내는 인두세였습니다. 단, 성전에서 머무르며 봉사하는 사제들이나 제관들은 그것을 낼 의무가 없었습니다. 성전은 ‘하느님의 집’이고 그들은 하느님의 일을 하는 그분의 일꾼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런 논리라면 하느님의 아들이시면서 그분의 일을 하시는 예수님도 성전세를 내실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주변에는 그분께서 하시는 말씀과 행동을 문제삼아 율법으로 옭아매려는 자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었으므로, 예수님은 쓸 데 없는 논란에 휘말려 복음 선포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베드로를 시켜 성전세를 내게 하십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예수님이 반대자들에게 굴복하신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됩니다. “그들의 비위를 건드릴 것은 없으니”라는 말씀을 그리스어 원문 그대로 직역하면 “그들이 죄를 짓지 않도록”이라는 뜻입니다. 즉 예수님께서는 권력자들이 당신 행동을 불쾌하게 여기고 앙심을 품을까봐 눈치를 보신게 아니라, 당신 행동을 보는 일반 군중들이 당신 뜻을 오해하여 잘못 판단하고 거스르는 죄를 짓지는 않을까 염려되어서 배려하시는 차원에서 성전세를 내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위해서라면 작은 것 하나도 그냥 넘어가는 일 없이 생각해주시고 배려해주시는 그분의 섬세하고 따스한 마음 씀씀이가 참 감사하지요.

 

그런데 성전세를 내시는 방법이 좀 특이합니다. 어부인 베드로에게 물고기를 잡아 성전세를 내라고 하시는데, 잡은 물고기를 팔아서 그 돈으로 성전세를 내라고 하시지 않고, 물고기를 한 마리 잡아 그 입을 벌리면 그 안에 두 사람의 성전세에 해당하는 금액의 동전이 있을테니 그 돈으로 성전세를 내라고 하신 겁니다. 굳이 왜 그런 ‘귀찮은 기적’을 일으키시는 걸까요? 당연히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시기 위함입니다. 바로 “야훼 이레”의 깨달음입니다. 당신 뜻을 따르기 위해 뒤늦게 얻은 소중한 외아들마저 기꺼이 바치려고 한 아브라함의 순명을 보시고, 그가 바쳐야 할 제물을 당신께서 직접 마련하셨던 하느님이십니다. 마찬가지로 세례를 받을 필요가 없음에도, 세금을 바칠 필요가 없음에도 온 백성을 구원하시려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따르기 위해 기꺼이 순명한 아들을 보시고 그가 내야 할 세금을 직접 마련하시는 것이지요.

 

또 한 가지 깨달음은 ‘참된 봉헌의 의미’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는 내 능력으로 얻은 것 중 일부를 하느님께 내어드리는 것을 봉헌이라고 생각하여 내놓기를 아까워하지만, 우리가 이 세상에서 얻고 누리는 모든 것들은 하느님께서 거저 베풀어 주시지 않았다면 우리 손에 없었을 것들입니다. 결국 봉헌이란 하느님께서 친히 마련해주신 것들중 극히 일부를 그분께 되돌려드리는 일일 뿐이지요. 그러니 마땅히 실천해야 자선과 나눔을 미루거나 주저해서는 안됩니다. 당장 돈 몇 푼이 아깝다고 하느님의 ‘자녀’로서 해야 할 도리를 게을리 하다가는, 하느님과 관계없는 ‘남남’이 되어 더 큰 ‘세금’을 내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니 ‘소탐대실’ 하지 맙시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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