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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9주간 금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8-18 조회수448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19주간 금요일] 마태 19,3-12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신명기 법전에는 ‘아내에게서 추한 것이 드러나거나 눈에 들지 않는 경우, 남편은 이혼 증서를 써 주고 아내를 자기 집에서 내보낼 수 있다.’(신명 24,1-4 참조)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규정의 ‘방점’은 ‘이혼증서를 써주라’에 찍혀 있지요. 즉 ‘이혼증서만 써주면 내 마음대로 아내를 버릴 수 있다’는 뜻이 아니라, 아내와 사랑의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여 부득이하게 이혼을 하게 될 경우 그녀가 다른 사람을 만나 살 길을 찾을 수 있게 ‘최소한 이혼장 만이라도 제대로 써주라’는 뜻인 겁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 규정은 남성들의 욕망에 의해 이상하게 변질되어 갔습니다. ‘아내에게서 드러난 추한 일’이란 원래 불륜만을 지칭했지만, 남편의 마음에 들지 않는 그래서 아내가 꼴 보기 싫어지는 여러 이유로 확대되었습니다. 결혼 후 10년이 지나도 아이가 없는 아내, 남편과 말다툼 하는 아내, 친척 앞에서 불손한 태도를 취하는 아내, 베일을 쓰지 않고 외출한 아내, 다른 남자와 말을 하는 아내, 고기를 지나치게 바싹 구운 아내, 국을 끓였는데 간을 제대로 못 맞춘 아내, 가정사를 남에게 퍼트린 아내 등, 별의 별 이유를 들어 아내를 내쫓게 되었습니다. 이는 더 이상 제대로 된 율법이 아닙니다. 또한 하느님께서 태초에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신 근본 목적에도 어긋납니다.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이처럼 문제가 많은 혼인규정을 들먹이며 그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신 입장을 분명하게 표명하라고 예수님께 요구합니다. ‘이혼장만 써주면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되느냐’는 질문에 ‘된다’고 답하면 율법의 근본정신을 뒤흔드는 ‘방종주의자’라고 비난할 것이고, ‘안된다’고 하면 율법의 문자에만 매몰되어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엄격주의자’라고 비난하기 위해서였지요. 그런 그들의 시커먼 속내를 모르실 예수님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된다’ 혹은 ‘안된다’는 대답 대신, 하느님께서 왜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셨는지 그 이유와 의도에 대해, 그리고 그런 그분의 뜻을 헤아리는 우리가 지켜야 할 혼인의 근본 정신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불완전한 모습으로 구분하여 만드신 것은 두 존재가 서로 사랑으로 일치된 하나의 공동체를 이룸으로써 완성을 향해 나아가기를 바라시기 때문이니,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맺어주신 그 소중한 관계를 인간이 욕심으로 갈라놓으려 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을 분명하게 천명하신 겁니다.

 

부부가 함께 살지 못하게 만드는 문제는 상대방이 저지르는 실수와 잘못도, 그가 지닌 허물과 부족함도 아닙니다. 말로는 그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그를 내 뜻대로 휘두르려고 드는 내 욕심과 완고함이 문제인 것입니다. 비단 남녀 사이에서만 그러는게 아니지요. 내 삶과 세상을 주관하시는 하느님을 ‘주님’으로 인정하지 않고 나 스스로가 주인인양 착각하며 살아가기에, 모든 것을 ‘나 중심’으로만 생각하고 욕심에 휘둘려 섣불리 결정하며 내 가족과 이웃의 존엄성보다 내 뜻과 계획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에, 점점 ‘나 뿐인 사람’으로 한 단어로 줄이면 ‘나쁜 놈’으로 살게 되는 겁니다.

 

우리는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줌으로써 함께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동반자’ 관계입니다. 그 관계는 하느님께서 당신의 선하신 계획에 따라, 당신 사랑의 섭리 안에서 직접 맺어 주신 것이지요. 그러니 하느님께서 나와 관계 맺어주신 그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그 안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아야 합니다.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으로 그 뜻을 찾고 행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를 살게 될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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