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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19주간 토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8-19 조회수355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19주간 토요일] 마태 19,13-15 

 

 “하늘 나라는 이 어린이들과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

 

 

가나안 땅에 대한 정복이 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자신이 세상을 떠날 날이 가까워지자, 남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걱정된 여호수아는 그들에게 하느님을 온전하고 진실되게 섬김으로써 그분 사랑의 품 안에 머물러야 함을 힘주어 가르칩니다. 하느님 뜻을 거슬러 그분 마음을 아프게 해드리면 어쩌나 염려하는 경외심, 당장의 이익과 현세적 쾌락으로 유혹하는 이교의 잡신들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하느님만 바라보며 그분께 자기 자신을 온전히 의탁하는 믿음,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하느님과 그분 뜻을 향해 마음이 기울어지는 참된 순명. 그런 마음자세로 하느님의 백성답게 살도록 노력해야만 그분께서 베푸시는 은총과 복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것이지요.

 

한편,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하느님만 믿고 하느님만 바라며 하느님만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을 지녀야만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음을 어린 아이의 모습에 빗대어 설명하십니다. 예수님께서 병자들을 치유하고 마귀들을 쫓아내는 놀라운 능력을 지니신 분이라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어린이들을 그분께 데리고 가서 손을 얹어 축복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그런데 그런 모습 때문에 사도들은 심기가 불편해졌지요. 안그래도 시도 때도 없이 밀려드는 군중들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해 만성 피로에 시달리던 그들이었습니다. 이제 겨우 짬이 나서 자신들도 예수님도 좀 쉬려는데 또 사람들이 몰려와서는, 아직 예수님과 그분의 가르침에 대해 잘 모르고 철도 없는 어린 아이들을 축복해달라며 들이미니 짜증이 났겠지요. 그런 하찮은 일은 위대하신 자기들 스승님이 하실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사람들을 나무라고 밀어냈던 겁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런 제자들을 만류하시며 이렇게 이르십니다.

 

“어린이들을 그냥 놓아두어라. 나에게 오는 것을 막지 마라. 사실 하늘 나라는 이 어린이와 같은 사람들의 것이다.”(마태 19,14)

 

예수님은 세속의 욕심과 집착에 닳고 닳아 믿음의 순수성과 열정을 잃어버린 기성세대보다는, 여러가지로 부족하고 어리숙한 ‘철부지’ 어린이들이 하늘나라에서 하느님 아버지와 더불어 기쁘게 살아갈 좋은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여기십니다. 어린이는 다른건 잘 몰라도 자기를 진심으로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마음만은 금새 알아차립니다. 그리고 그런 사랑으로 자기를 대해주는 이에게 마음을 활짝 열고 망설임 없이 달려가지요. 하늘나라는 그런 이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하느님은 작고 약하며 부족해도 당신을 간절히 찾고 자신을 온전히 의탁하며 당신 뜻을 전적으로 따르는 이들을 사랑과 자비로 품어 안으시는 겁니다. 반면 하느님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서 하늘나라에서 누릴 축복과 지금 자신이 가진 것 중 어느 것이 더 큰지 저울질하는 이들은 이것저것 복잡하게 재고 따지는 와중에 판단을 잘못하여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은총과 복을 제 발로 차버리는 우를 범하게 됩니다.

 

이 고되고 팍팍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느라, 나도 모르게 잃어버린 ‘어린이다움’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되돌아보는 오늘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어린이다움을 어서 회복하여 이것저것 재거나 따지지 않고 하느님 사랑의 품으로 와락 달려드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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