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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영근 신부님의 복음 묵상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8-20 조회수615 추천수4 반대(0) 신고

230820. 연중 제20주일.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마태 15,27)
 
 
오늘 [말씀의 전례]는 우리의 구원이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에 달려 있음을 밝혀줍니다. 곧 아무도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구원받을 수 없음과 동시에, 구원이 하느님에 의해 모든 이에게 열려 있음을 말해줍니다.
 
<제1독서>인 <이사야서>에서 주님께서는 구원이 모든 이에게 열려있음을 말씀하십니다.
 
“~주님을 따르는 이방인들, ~나의 계약을 준수하는 모든 이들, 나는 그들을 나의 거룩한 삶으로 인도하고, ~나의 집은 모든 민족들을 위한 기도의 집이라 불리리라.”(이사 56,6-7)

<제2독서>에서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의 자비가 불순종한 유대인들을 통해 오히려 이방인들에게 내려지고, 마침내는 모든 백성에게 미치리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여러분도 전에는 하느님께 순종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들의 불순종 때문에 자비를 입게 되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자비를 베푸시려는 것이었습니다.”(로마 11,30-32)

<복음> 또한 이방인에게 베풀어지는 하느님의 자비에 대한 말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방인 가나안 여인의 믿음을 통하여, 당신을 그리스도로 믿고 받아들이는 이는 누구나 하느님의 백성이 된다는 것을 가르쳐주십니다.
 
가나안 여인은 큰 소리로 계속 간청하였습니다.
“주 다윗의 자손이여,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마태 15,22)

여인은 예수님을 “주님”이요, “다윗의 자손”, 곧 이방인이면서도 메시아로 고백하지만, 정작 예수님께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습니다.”(마태 15,23). 그러나 여인은 하느님의 자비를 믿고 청하였습니다. 마귀 들린 딸에게 자비를 베풀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합니다. 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버린 어머니의 마음입니다. 제자들은 그녀를 돌려보낼 것을 재촉하고(15,23 참조),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사명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박절하게 거절하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바로 이 때가, 부르심의 순간임을 알아야 합니다. 바로 이 순간이, 당신께서 우리를 한 발짝 더 가까이 부르시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순간에, 당신께서는 우리의 믿음과 사랑을 더 깊이 끌어들이고자 하십니다. 가나안 여인은 바로 이 순간, 더 간절한 마음으로 “예수님께 와 엎드려 절하며,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하고 청하였습니다.”(마태 15,25). 여인은 “자녀들이 먹을 빵을 강아지에게 던져주는 것은 옳지 않다.”(마태 15,26)하시는 냉혹한 거절에도 불구하고, 여인은 겸손과 인내, 믿음과 확신을 밝힙니다.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마태 15,27)

여인은 진정, 자신의 자격 없음을 고백합니다. 자신을 “강아지”로 고백하고 낮춥니다. 마땅한 권리로서의 아니라, 오로지 주님의 자비에 의탁하고 믿을 뿐입니다. 비록 이방인이라도 주인의 상아래서 자녀들과 함께 빵부스러기를 먹게 되는 구원의 섭리를 봅니다. 여인은 하느님께서는 만민의 하느님임을 믿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여인의 겸손과 믿음, 구원의 섭리에 대한 확신은 드디어 예수님을 감동시켰습니다.
 
“아, 여인아! 참으로 네 믿음이 장하다!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마태 15,28)
 
그렇습니다. 가나안 여인은 “감히 하늘을 우러러보지도 못하고 가슴을 치며, 오 하느님! 죄 많은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십시오.”(루가 18,13)라고 기도하는 세리처럼, 겸손으로 자비를 청했습니다. 또한 “주님 저는 주님을 제 집에 모실만한 자격이 없습니다. 그저 한 말씀만 하시면 제 하인이 낫겠습니다.”(마태 8,8)라고 고백하는 백인대장처럼, 믿음으로 자비를 청했습니다. 그리고 불의한 재판관에게 끈질기게 청했던 과부(루가 18,1-8)처럼, 하느님의 은혜를 얻기 위해 밤새도록 씨름했던 야곱(창세 32,25-27)처럼, 끈질긴 믿음의 인내로 자비를 청했습니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 단지 열매 없는 시련과 인내를 강요하시는 잔인한 시험자가 아닌, 완전한 구원과 은혜를 주시는 자비로운 분이심을 드러내셨습니다(1고린 10,13). 그리하여 우리 모두를 구원하시려는 하느님 사랑의 계획이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사도들은 <행전>에서 이렇게 선포하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으시고, 어떤 민족에서건 당신을 경외하며 의로운 일을 하는 사람은 다 받아주십니다.”(사도 10,34-35)
 
이토록, 모든 이에게 열리는 구원의 충만함이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이루어졌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사랑으로 구원을 받습니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자비가 드넓으심을 믿어야 할 일입니다. 더구나 하느님께서 베푸시는 구원을 거절하지는 말아야 할 일입니다. 우리의 자유를 그분의 사랑을 거절하는 어리석음으로 쓰지는 말아야 할 일입니다.
 
오늘 우리도 가나안 여인의 겸손한 믿음으로,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저를 도와주소서.”를 간청하고,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삶 안에서 실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예수님께서는 한 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셨다.”(마태 15,23)

주님!
당신은 삼킬 것 같은 풍랑 속에서 말없이 주무시지만,
끝내 바람과 바다를 잠재우셨습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말없이 골고다로 끌려가시지만,
끝내 십자가 위에서 사랑을 완성하셨습니다.
하오니, 오늘 당신의 침묵 속에서 제 믿음과 겸손을 양육하소서.
더 깊이, 그리고 끝까지 사랑하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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