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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8-23 조회수905 추천수9 반대(0)

성 바르톨로메오 사도 축일

 

교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23년은 제게 은총과 감사의 시간입니다. 하느님의 크신 자비로 성지순례5번이나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11일에는 신부님들과 이스라엘을 다녀왔습니다. 매일 아침 주님의 무덤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수 있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사제들과 함께 성지순례를 간 것은 27년 만입니다. 주님의 세례 터에서 미사를 봉헌하면서 세례의 은총을 다시금 생각하였습니다. 117일에는 ME 부부들과 함께 멕시코 과달루페 성지를 다녀왔습니다. 4월에는 평화신문 설립 35주년 기념으로 이스라엘과 요르단을 다녀왔습니다. 광야에서 함께 미사를 봉헌하면서 파스카의 의미를 생각했습니다. 파스카는 이스라엘 백성에게는 하느님의 재앙이 지나간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파스카는 이스라엘 백성이 홍해 바다를 건너간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파스카는 예수님께서 죽음을 넘어 부활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성지순례는 파스카입니다. 여행객으로 왔다면 순례자가 되는 것입니다. 순례자로 왔다면 거룩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성지순례는 일상의 삶을 잠시 멈추고, 주님을 만나는 것입니다. 주님을 만났으면 바오로 사도처럼 삶의 방향이 변하는 것입니다.

 

5월에는 4년 전에 가기로 했던 그리스, 터키를 다녀왔습니다. 팬데믹으로 취소되었던 순례였습니다. 4년 동안 기다려준 분들과 함께 순례를 떠났습니다. 지난 2월에 터키에 강력한 지진이 있었습니다. 성지순례를 취소한 팀들도 많았지만 우리는 하느님의 자비에 의탁하며 순례를 떠났습니다. 터키와 그리스를 순례하면서 예전에 읽었던 시조가 생각났습니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유구한대 인걸은 간곳없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흥망이 유수하니 망월대로 주초로다. 오백년 도읍이 목적에 부쳤으니 석양에 가는 나그네 눈물겨워 하노라.” 망해버린 고려를 그리워하며 슬픈 마음을 담은 시조입니다. 바오로 사도가 개척했던 초대교회는 무너져 돌덩어리만 남았습니다. 비잔틴 제국의 꽃이었던 하기야 소피아 성당은 이슬람의 사원이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성지순례는 화려한 건물을 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의 의로움을 찾는 것이 성지순례입니다. 6월에는 브루클린 한인 성당의 교우들과 이탈리아를 다녀왔습니다. 라테라노 대성전 앞에는 예수님께서 오르셨던 계단 성당이 있습니다. 28개의 계단이 있습니다. 저는 교우들과 함께 무릎으로 계단을 올랐습니다. 힘들고 아팠습니다. 그렇습니다. 천국의 계단은 재물, 성공, 권력으로 올라 갈 수 없습니다. 천국의 계단은 희생, 나눔, 봉사를 통해서 올라 갈 수 있습니다.

 

예전에 들었던 물고기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코이라는 잉어입니다. 이 잉어의 치어를 작은 어항에 넣어 기르면 5-8센티미터 정도로 자라고, 좀 큰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 두면 25센티미터까지 자란다고 합니다. 그런데 코이를 넓은 강물에 방류하면 놀랍게도 90-120센티미터까지 성장한다고 합니다. 로고스(Logos)’ 뮈토스(Mythos)를 생각합니다. 로고스라는 어항에 갇히면 사람의 이성과 지성은 그 에서만 갇히게 됩니다. 관찰하고, 분석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인과관계를 따지고, 물질과 자본이라는 도구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그것들이 우리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과학혁명은 로고스의 세상입니다. 뮈토스라는 바다로 나가면 이성과 지성은 또 다른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직관과 깨달음의 세상입니다. 믿음과 희망 그리고 사랑의 세상입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한 세상입니다. 물질과 자본이 아니라 에너지와 파동의 세상입니다. 소유의 세상이 아니라 존재의 세상입니다.

 

오늘 축일로 지내는 바르톨로메오사도는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로고스와 뮈토스를 뛰어넘은 큰 바다였습니다. 바르톨로메오 사도는 예수님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지불했습니다. 삶 속에서 자신이 본 것을 실천했습니다. 목숨을 바치면서 주님의 뜻을 따랐습니다. 사도는 단순히 예수님을 본 사람에게 주어지는 칭호가 아닙니다. 사도는 예수님의 길을 죽기까지 충실하게 따라간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영예입니다. 세상에는 많은 교회, 사찰, 사원이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진리를 보았겠습니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와 가치를 보았겠습니까? 그러나 중요한 것은 본 것을 살아내는 것입니다.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기꺼이 지금 가진 것들을 포기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밭에 묻혀 있는 진주(하느님나라)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것들을 팔아야 하는 것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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