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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8-29 조회수266 추천수4 반대(0) 신고

[성 요한 세례자의 수난 기념일] 마르 6,17-29 

 

 “요한은 헤로데에게, ‘동생의 아내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고 여러 차례 말하였다.“

 

 

살다보면 주변 사람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말, 맞는 말이라고 해도 상대방이 나한테 왜 그렇게 말하는지 그 의도에 공감하지 못하거나, 내 마음이 그런 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좋은 지향으로 한 말에도 상처를 받게 되지요. 그러다보면 그런 말을 해 준 사람에게 서운한 감정을 갖게 되고, 그 사람 또한 자기 딴엔 좋은 의도로 말한 것인데 그에 대한 반응이 부정적이면 마음이 불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충고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내 딴엔 좋은 의도로 한 말이라고 해도 상대방이 그 말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가 그에게 그런 충고를 하는 것이 정말 그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그가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점을 바로잡아서 내가 편해지기 위한 것인지 정확하게 식별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충고를 해줄 때, 그것이 하느님께서 그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시기를 바라는 선한 의도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편해지려는 욕심 때문인지를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충고하는 나의 태도를 보면 됩니다. 가족이나 친구의 어떤 모습이 나를 불편하게 해서 충고를 할 땐, 그 불편한 점이 빨리 고쳐지지 않으면 마음 속에 짜증과 분노가 생겨 목소리가 커집니다. 그렇게 그에게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다가 그래도 달라지지 않으면 “내가 말을 말아야지!”라며 그가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걸 쉽게 포기해버립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걸 포기하는 것이지요. 그렇게 그와 나는 소원한 사이가 됩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에 나오는 세례자 요한은 그러지 않습니다. 자신이 하는 충고 때문에 당대 최고 권력자인 헤로데가 불편해한다는걸 알면서도, 그로 인해 자신이 큰 고초를 겪고 있음에도, 계속 그런 식으로 그의 심기를 건드리다가는 큰 화를 당할 수 있음에도 “옳은 말” 하기를 멈추지 않는 겁니다. 나 편해지자고 하는 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그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시기를, 그가 죄에서 벗어나 구원받기를 진심으로 바래서 하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가 당장 바뀌지 않는다고 조바심을 내거나 화를 내지 않고 그를 위한 사랑의 충고를 계속 할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과 그분 뜻을 잘 몰라서 잘못된 길을 걷는 이들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예언자직’의 소명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을 바꾸는 것은 내가 아닙니다. 주님께서 나를 사랑의 도구로 쓰셔서 어떤 어려움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그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 가실 것입니다. 그리고 나 또한 사랑의 소명에 최선을 다해 임하는 그 시간동안 하느님을 닮은 거룩하고 완전한 모습으로 조금씩 변화되어 갈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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