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1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08-30 조회수637 추천수4 반대(0)

잼버리가 끝났습니다. 이번 행사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폭염에 대한 대책이 부족했습니다. 더위에 지친 학생들이 탈진하여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배수 시설에 대한 대책이 부족했습니다. 텐트를 치는 것도 어려웠지만 더 힘들었던 것은 모기를 비롯한 해충에 의한 피해였습니다. 방역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많은 학생들이 벌레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화장실이 부족했고, 위생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화장실 사용에 불편을 겪었습니다. 영국의 대원들은 급기야 야영지에서 철수 하였습니다. 미국의 대원들도 철수 하였습니다. ‘울고 싶은데 뺨 때린다.’는 말처럼 태풍까지 상륙하여서 모든 대원들은 야영장에서 철수하였습니다. 2023새만금 잼버리는 아쉬움과 부끄러움이 남는 행사였습니다. 대한민국의 품위를 떨어트린 행사가 되었습니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에서 지원을 안 했다고 책임을 전가합니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준비가 소홀했다고 책임을 묻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국제행사를 무탈하게 진행하였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앞으로는 국가의 품위를 떨어트리는 행사가 없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면 좋겠습니다.

 

군대에서 전해지는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전투에서 패배한 것은 용서할 수 있지만 경계를 소홀히 한 것은 용서 받을 수 없다.” 전투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습니다. 전투에서 패배했다고 그 죄를 물으면 군대가 존립하기 어렵습니다. 승리와 패배는 늘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경계를 소홀히 해서 부대가 위험에 처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죄를 물어야 합니다. 모든 부대는 불침번과 초소 경계병을 운영합니다. 불침번과 초소 경계병이 있기에 다른 부대원들이 안심하고 잠을 잘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깨어 준비하고 있어라.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오리라.” 깨어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잼버리를 기획하는 사람들도 깨어 있었습니다. 해외 출장도 다녀왔습니다. 예산도 집행하였습니다. 그러나 준비에는 소홀함이 있었습니다. 이것은 깨어 있지만 깨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초소 경계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을 뜨고 깨어 있었어도 적이 몰래 침투하였다면 깨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방을 주시하면서 지켜보아야 합니다.

 

8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어느덧 가을은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예전에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민들레 꽃 한 송이를 민들레가 피웠다면 하늘은 뭐가 되고 땅은 또 뭐가 되나. 하늘이 피웠다 하면 민들레는 뭐 되나.” 작은 글이지만 울림이 있었습니다. 가을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닙니다. 뜨거운 여름을 온 몸으로 맞이했던 땅과 곡식과 사람의 땀이 있었기에 가을이 오는 것입니다. 역사학자 이덕일은 고금통의라는 책에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우리는 예전에 있었던 일들에서 지금의 삶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의를 찾아야 하는데 이익을 찾으려하고 그 때문에 많은 갈등과 분쟁이 생깁니다.” 신앙은 이익을 쫓는 것이 아니라, 의를 생각하는 것이고, 특히 하느님의 뜻과 의를 먼저 생각하는 것입니다. 깨어있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마음의 눈으로, 신앙의 눈으로, 영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입니다. 그렇게 세상을 보면 날마다 숨 쉬는 순간마다 하느님을 찬양할 수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고린토의 교우들을 칭찬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여러분이 주님 안에 굳건히 서 있다고 하니 우리는 이제 살았습니다. 우리가 여러분 덕분에 우리의 하느님 앞에서 누리는 이 기쁨을 두고, 하느님께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하겠습니까?” 주님 앞에 굳건히 서 있는 것이 깨어 있는 것입니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 깨어 있는 삶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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