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39. 마귀 내쫓으심(마태 17,14-20; 마르 9,14-29; 루카 9,37-43) / 공관복음[64]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를 확인한 베드로와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은 다음 날 산에서 내려가 다른 제자들에게 가서 보니, 그 제자들이 많은 군중에게 둘러싸여 율법 학자들과 논쟁하고 있었다. 마침 군중이 모두 예수님을 보고는 몹시 놀라며 달려와 인사하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저들과 무슨 논쟁을 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군중 가운데 한 사람이 예수님께 다가와 무릎을 꿇고 부르짖으면서 대답하였다.

“주님, 제 외아들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간질병으로 벙어리 영이 들린 제 아들이 지금 몹시 고생하고 있습니다. 자주 불 속으로 떨어지기도 하고 또 자주 물속으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어디에서건 그 영이 아이를 사로잡기만 하면 거꾸러뜨립니다. 그러면 아이는 거품을 흘리고 이를 갈며 몸이 뻣뻣해집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온통 상처를 입히면서 좀처럼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당신의 제자들에게 데려가 저 영을 쫓아내 달라고 하였지만, 그들은 쫓아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아, 믿음이 없고 비뚤어진 생각을 지닌 이 세대야! 내가 언제까지 너희의 곁에 함께 있어야 하느냐? 내가 언제까지 너희를 참아 주어야 한다는 말이냐? 네 아이를 이리 데려오너라.” 하고 그들에게 이르셨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이를 예수님께 데려왔다. 아이가 다가오는 동안에도 마귀는 아이를 거꾸러뜨리고 뒤흔들어 댔다. 그리고 그 영은 예수님을 보자 곧바로 아이를 뒤흔들어 댔다. 아이는 땅에 쓰러져 거품을 흘리며 뒹굴었다.

예수님께서 그 아버지에게, “아이가 이렇게 된 지 얼마나 되었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가 대답하였다. “어릴 적부터입니다. 저 영이 자주 아이를 죽이려고 불 속으로도, 물속으로도 내던졌습니다. 이제 하실 수 있으면 저희를 가엾이 여겨 도와주십시오.” 예수님께서 그에게 “‘하실 수 있으면’이 무슨 말이냐? 믿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하고 말씀하시자, 아이 아버지가 곧바로,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그런 다음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떼를 지어 달려드는 것을 보시고 더러운 영에게 호통을 치시며 꾸짖으셨다. “벙어리, 귀머거리 영아, 내가 너에게 명령한다. 그 아이에게서 나가라. 그리고 다시는 그에게 들어가지 마라.” 그러자 그 영이 소리를 지르며 아이를 마구 뒤흔들어 놓고 나가니, 아이는 죽은 것처럼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 “아이가 죽었구나.” 하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아이의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아이가 일어났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그 더러운 영을 꾸짖어 아이를 고쳐 주시고 나서 그 아버지에게 돌려주셨다.

그 뒤에 예수님께서 집에 들어가셨을 때에 제자들이 그분께 다가와 따로, “어째서 저희는 그 영을 쫓아내지 못하였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너희의 믿음이 약한 탓이다. 그러한 것은 기도와 단식이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산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 가라.’ 하더라도 그대로 옮겨 갈 것이다. 너희가 못할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의 위대하심에 몹시 놀랐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의 신앙 고백을 들으신 후 세 번의 수난 예고를 통해 당신에게 주어진 처참한 수난 과 죽임을 당한 후에야 영광의 그리스도가 되심을 밝히신다.[계속]

[참조] : 이어서 ‘40. 수난과 부활 두 번째 예고(마태 17,22-23; 마르 9,30-32; 루카 9,43-45)’가 소개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