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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4주간 화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9-19 조회수250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24주간 화요일] 루카 7,11-17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찾아오셨다."

 

 

 

우리가 하느님께 기도하는 ‘일반적'인 상황을 떠올려봅니다. 이런 저런 청원들을 들어달라고 너무나 간절한 마음으로 몇 번이고 반복해서 청하는 우리의 적극적인 모습에 비해, 하느님의 모습은 너무도 소극적으로 보입니다. 그 정도로 ‘정성'을 보여 드렸으면 뭔가 가타부타 구체적으로 응답을 주셨으면 좋겠는데, 아무리 애타게 당신을 찾아도 하느님은 그저 침묵만 하고 계십니다. 그러다보니 하느님이 나에게 무관심하신 것은 아닌지, 그분은 내가 닿을 수 없는 저 먼 곳에 숨어 계시는데, 나만 애써 그분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성경에는 인간이 하느님을 찾는 모습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인간을 찾으시는 모습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신 후부터 하느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시어 섭리하시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라 그분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아담과 하와가 당신의 명령을 어기고 선악과를 따먹는 죄를 저질렀을 때에도 그들을 미워하거나 밀어내시기보다, “너 어디 있느냐?”(창세 3,9)하고 먼저 적극적으로 찾으시는 모습을 보여주시지요. 또한 모세나 사무엘처럼 당신께서 일꾼으로 쓰실 사람을 부르실 때에는 먼저 그들을 찾아가셔서 거룩한 “목소리”로 그들을 부르시기도 합니다. 성경에 나타나는 이런 모습에 대해 유대인 랍비 출신 철학자 ‘아브라함 요수아 헤셸'은 자신의 저서 [사람을 찾는 하느님]에서 이렇게 표현합니다. 

 

 “성경에 묘사된 인류의 역사는 다음 한 마디로 요약 할 수 있겠다. 하느님이 인간을 찾으시다. 하느님 믿는 신앙은 하느님의 질문에 응답하는 것.”

 

 예수님께서 당시 이스라엘 사회에서 소외된 채 살아가던 약자들인 병자들을 먼저 찾아가셔서 그들의 질병을 치유해주시고, 마귀를 쫓아내시며, 죽었던 이들을 살리는 기적을 일으키신 것도 “사람을 찾으시는 하느님"의 모습을 보여주시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 때문에, 고통에 신음하고 슬퍼하며 괴로워하는 우리의 모습을 안타깝게 여기시고 가슴아파하시는 무한한 ‘자비' 때문에, 적극적으로 우리를 찾아오셔서 우리를 구원과 영원한 생명으로, 참된 행복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모습이 예수님을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은 그중에서도 우리를 생각하는 하느님의 애절한 마음이, 그분의 크신 사랑과 자비가 가장 감동적으로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인'이라는 고을을 지나가시던 예수님은 하나뿐인 소중한 아들, 이 세상에서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혈육을 잃고 슬퍼하던 한 여인을 만나십니다. 의지할 데 없는 ‘과부'신세인 것도 서러운데, 유일한 희망이었던 아들마저 먼저 떠나보냈으니 그녀의 상심이 얼마나 컸을지, 그녀의 절망이 얼마나 깊었을지를 헤아리신 예수님은 그녀의 슬픔과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하십니다. 그리고 따스하고 진지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울지마라.”고 위로하시고는, 그녀가 따로 청하지 않았음에도 죽었던 아들을 소생시켜 그녀에게 돌려주십니다. 그녀의 고통을 행복으로, 슬픔을 기쁨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주신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고통을 나몰라라 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멀리서 팔짱을 끼고 무심하게 지켜만 보시는 분도 아닙니다.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다가, 우리가 스스로의 힘과 능력으로는 어쩔 수 없는 깊은 고통과 슬픔, 절망 속에 빠져 있을 때 먼저 당신의 손을 내밀어 잡아주시고, 위로해주시며 자비를 베풀어 주십니다. 우리가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도움만을 바라기에 그런 하느님의 방식을 알아보지 못할 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기꺼이 우리에게 힘이 되어주고자 하시는데, 우리 편에서 ‘그런 도움은 필요없다’고 하느님의 손길을 뿌리치는 것입니다. “지금은 내가 바쁘고 경황이 없으니 나중에 오시라.”고 그분을 밀어내는 것입니다. 그러니 힘들고 괴로울 땐 하느님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분께서 주시는 위로, 그분께서 주시는 은총, 그분께서 주시는 평화를 내 안에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 나의 삶에 놀라운 ‘반전'을 일으켜 주십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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