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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4주간 수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9-20 조회수279 추천수2 반대(0) 신고

[연중 제24주간 수요일] 루카 7,31-35 

 

 "우리가 피리를 불어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느 한쪽을 결정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심리를 ‘결정장애’라고 합니다.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어떤 일을 할 때 선택의 폭이 넓어집니다. 이에 따라 스스로 결정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내가 내린 결정만큼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도 더 커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항상 성공적인 결정만을 내릴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쓰디 쓴 실패를 맛보게 되고 내가 내린 결정에 후회하는 일들이 생깁니다. 그렇기에 자신이 내린 결정이 미래의 행복을 보장한다고 믿는 마음이 클수록 선택에 대한 압박감이 커집니다. 그런데 이때 결정을 미루면 잠시나마 그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심리적 도피입니다. 결정을 하지 않으니까 실패 혹은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집니다. 가끔은 내가 결정을 미루면 남이 대신 결정해주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러면 나중에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책임질 필요가 없어집니다. 또한 새로운 정보를 기다리다보면 저절로 문제가 해결될 때도 있습니다. 이처럼 자기 인생에서 중요한 일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이도저도 아닌 상황에서 방황하는 모습, 이것이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청년들이 앓고 있는 심각한 ‘결정장애’의 모습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을 장터에서 노는 아이들에 비유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피리를 불어 주어도 너희는 춤추지 않고, 우리가 곡을 하여도 너희는 울지 않았다.” 이 비유에서 ‘피리’와 ‘춤’은 잔치놀이를, ‘곡’과 ‘울음’은 장례놀이를 의미합니다. 잔치에는 술과 음식과 여흥이 필요하지만, 장례에는 금욕과 절제가 필요합니다. 그런 점에서 장례놀이는 회개와 참회의 세례를 선포했던 세례자 요한을, 잔치놀이는 혼인잔치에서 신랑의 역할의 맡아 잔치에 초대받은 모든 사람들과 어울려 즐겁게 먹고 마셨던 예수님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 신앙인의 모습인지에 대한 고민이나 실행 없이 그저 현재의 상태에 안주하려고만 하면서, 엄격한 극기의 길을 선택한 세례자 요한은 ‘마귀가 들렸다’고 비난하고, 기쁘고 즐거운 하느님 나라의 잔치를 선택한 예수님은 ‘먹보요 술꾼’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극단적인 ‘결정장애’를 안고 살아가던 그들이 나름대로 용기를 내어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따라 열심히 살아가려는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으로 못난 모습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신앙생활에도 과감한 결단과 실행이 필요합니다. 지금 나의 신앙생활에서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것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잘 알면서도, 그러한 부족함과 잘못들을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그저 현실에 안주하려고만 하면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보려는 사람들을 평가하고 비판하려고 한다면, 오늘 복음에 나오는 바리사이들이나 율법학자들처럼 심각한 신앙의 ‘결정장애’에 빠져있는 것입니다. 과감한 결단과 실행 없이는 구원도 없습니다. 오늘 하루를 시작하시면서 지금 나의 신앙이 어떤 모습인지를 잘 돌아보고, 부족한 점을 채우고 잘못된 점을 바로잡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들을 작은 것부터 하나 하나 실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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