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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마태오 사도 복음사가 축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9-21 조회수396 추천수2 반대(0) 신고

[성 마태오 사도 복음사가 축일] 마태 9,9-13

 

"‘나를 따라라.’ 그러자 마태오는 일어나 그분을 따랐다."

 

 

 

중학교 1학년 쯤 되어 보이는 한 여학생이 시내버스에서 껌을 팔고 있었습니다. 그 여학생은 버스 안에 있는 승객들에게 이런 말로 호소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가난한 학생인데,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이렇게 껌을 팔고 있습니다. 한통에 500원입니다. 넓은 마음으로 한 통씩만 사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보면 자주 볼 수 있는, 동정심에 호소하며 물건을 팔아 이익을 남기는 상인의 모습이었기에 승객들은 처음엔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무관심하게 대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한 신사가 그 여학생에게 천원짜리 지폐 한 장을 내밀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직 나이도 어린 것 같은데 고생이 많구나. 잔돈은 주지 않아도 되니 조금이나마 생활비에 보태쓰렴"

 

하지만 그 여학생은 그 신사분에게 잔돈 500원을 거슬러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호의는 감사하지만 저는 지금 돈을 구걸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이렇게 장사를 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그 순간 버스 안의 분위기가 숙연해졌고, 여기저기서 껌을 사겠다고 그 여학생을 불렀습니다. 그렇게 껌은 순식간에 다 팔렸고, 그 여학생은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다음 정류장에서 내렸다고 합니다.

 

만약 그 여학생이 순간적인 욕심에, 조금이라도 쉽게 돈을 벌고자하는 마음에 그 신사분의 호의를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500원이라는 돈을 거저 받는 대신, 그 여학생의 정체성이 변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떳떳하게 장사를 하여 돈을 버는 '보통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의 동정심에 호소하며 그들의 자비를 구걸하는 '거지'의 신분이 되어버리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 여학생은 당장의 편안함과 이익보다는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그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껌을 사도록 만든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마태오는 그런 선택을 하지 못했습니다. 같은 민족 사람들에게 세금을 걷어서 로마에 바치는 일을 하는 세금 공무원이었던 그는, 자신이 일을 해서 받는 봉급만으로 정직하게 살아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살았다면, 같은 민족 사람들도 세리인 자신을 그렇게 미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다른 세리들이 사람들의 원성을 사고 그들로부터 '죄인'취급을 받았던 것은, 그들이 로마 정부를 등에 업고 사람들에게 횡포를 휘두르며 정해진 것보다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 들임으로써 사리사욕을 채웠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마태오 역시 그렇게 자신의 욕심을 채우는 잘못된 선택을 함으로써, 스스로를 '공무원'이 아닌, '죄인'의 신분으로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만남으로써 그의 삶이 변하게 됩니다. 자신을 보고 죄인이라고 손가락질하며 단죄하려고 드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예수님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시고 당신의 공동체에 받아들어주시고 함께 하시며, 차별없이 사랑해주셨습니다. 또한 자신이 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죄인'이라고 낙인찍으며 벌을 주시기 보다는 오히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나약함과 부족함을 안타깝게 여기시며 돌봐주셨습니다. 그런 그분의 따뜻한 마음이, 마태오를 떳떳하고 당당한 '사도'의 모습으로 변화시킨 것입니다.

 

살다보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나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선택과 하느님의 뜻을 따르기 위한 선택이 그것이지요. 우리가 전자를 선택한다면 스스로를 '죄인'의 신분으로 만들지만, 주님을 굳게 믿으며 후자를 선택한다면 하느님께 사랑받는 그분의 복된 '자녀'라는 신분으로서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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