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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5주간 수요일,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 기념]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9-27 조회수356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25주간 수요일, 성 빈첸시오 드 폴 사제 기념] 루카 9,1-6

 

 "길을 떠날 때에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

 

 

가까운 곳으로 잠깐 여행을 떠날 때도 바리바리 짐을 챙겨가는 우리들입니다. 2박 3일 캠프를 가는데도 손에는 캐리어 등에는 백팩 아주 난리도 아니지요. 먹을 것, 입을 것은 기본이고 휴대폰, 충전기, 보조배터리, 화장품, 세면도구 등등. 그렇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잔뜩 가져갔다가 한 번 꺼내보지도 않고 그대로 다시 가져오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런 모습을 두고 누군가는 ‘준비성’이 철저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고, 다른 누군가는 미련하게 고생을 사서 한다고 부정적으로 바라볼 겁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또 예수님은 그런 우리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실까요?

 

아마 준비성을 칭찬하시기보다는, 세상 것들에 미련을 두는 우둔함을 책망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며칠 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올, 말 그래도 짧은 ‘여행’입니다. 집에 있을 땐 집에서 할 일이 있고, 여행지에 가서는 여행지에서 할 일이 있지요. 여행지에 갔으면 조금의 불편함은 감수하더라도, 그곳에서 보고 느끼고 깨달을 것들에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굳이 여행지에 가서까지 일상에서 누리던 편리함과 안락함을 누리려고 이것저것 다 챙겨간다면, 그 짐의 무게에 짓눌려서 여행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요? 잠시 여행을 떠날 때에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비우고 내려놓지 못하는데, 하느님 나라를 향해 완전히 떠날 때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라’는 예수님 말씀을 제대로 따를 수 있겠는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복음선포의 여정을 떠나는 제자들에게 아무 것도 가져가지 말라고 하십니다. 세상 것에 마음을 기대고 애착하면 몸도 마음도 거기에 묶여서 주님을 따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완전한 ‘빈손’의 상태에서 철저하게 하느님께 의지하라고, 그분의 은총과 사랑을 양손 가득 담을 수 있게 두손을 완전히 비워두라고 하시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천상의 축복보다 현세적인 축복에 목을 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나중의 일’이고 일단 지금은 세상의 것들을 즐기며 그 안에서 인정받고 싶습니다. 그렇게 깨어있지 못한 상태로 흐리멍텅하게 사느라, 이미 ‘하느님 나라’가 우리 곁에 있음을 자꾸만 잊어버립니다. 그러면서 그런 모습을 ‘욜로’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려고 들지요.

 

하지만 그리스도인은 지금의 즐거움을 위해 미래를 가불하며 사는 ‘욜로’가 아니라, 하느님의 뜻과 은총 안에서 과거-현재-미래를 한결같은 성실함과 충실함으로 사는 ‘카르페 디엠’을 실천해야 합니다. 우리는 ‘알 수 없는 미래’의 변수를 줄이고 더 철저하게 대비하여 걱정하지 않으려고 이것저것 챙기지만, 그건 지금의 걱정을 또 다른 걱정으로 덮는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가지고 있는게 늘어나봐야 그만큼 걱정거리만 더 늘어날 뿐이지요. 우리가 하느님을 굳게 믿고 그분 뜻에 철저히 순명하며 따를 수 있다면 나머지 부수적인 것들에 연연할 필요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들을 알아서 충만하게 채워주실테니, 우리는 그저 그분께서 맡겨주신 소명들을 실천하며 기쁘게 살아가면 됩니다. 오직 참된 믿음으로만 걱정을 이길 수 있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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