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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가위]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09-29 조회수291 추천수4 반대(0) 신고

[한가위] 루카 12,15-21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오늘은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입니다. 한 해 동안 애쓴 보람을 풍성한 결실로 거두는 즐겁고 풍요로운 시기에, 우리 선조들은 자기 자신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쉬는 날이라고 해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편안하게 보내려고만 하지도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그토록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은 그동안 보살펴주신 조상님들의 은덕이라고 생각했기에, 그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추석날 아침 일찍 일어나 가장 먼저 한 일이 조상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차례를 지내는 일이었습니다. 그 후엔 온 가족이 모여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조상님들에 관한 추억들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또한 조상님들이 묻힌 산소에 가서 잡초를 뽑은 다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성묘를 했습니다.

 

그런데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나날이 팽배해지는 요즘, 우리는 그 감사의 마음을 잊고 사는 듯 합니다. 남이야 어떻게 되든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소유하고 누리는 것들은 다 나의 능력으로 쟁취한 것들이니 그것을 내 마음대로 하는건 당연한 권리라고 여깁니다. 그런 마음으로 사는 이들이 많다보니 사는게 점점 더 각박해지고 팍팍해져 갑니다. 이런 추세가 계속 되다보면 우리 사회는 작고 약한 이들은 살아남을 수 없는 ‘약육강식’의 전쟁터가 되고 말겠지요.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그렇게 살면 안된다고 경고하시는 말씀입니다. 핵심 구절들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첫째, 예수님은 우리에게 ‘모든 탐욕을 경계하라’고 하십니다. ‘탐욕’이란 인간의 기본적 도리와 품위까지 무너뜨릴 정도로 도가 지나친 욕심을 가리킵니다. 각자의 마음 속에서 탐욕이 커질수록 분배와 소유의 균형은 깨지고, 착취와 불공정이라는 상처가 남지요. 내가 탐욕을 부려 내것을 무리하게 늘리는만큼 누군가는 큰 피해를 받으며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존엄성마저 위협받고 마땅히 누려야 할 행복에서 소외되는 겁니다. 게다가 탐욕을 부리는 사람 자신도 물질적 쾌락에 중독되어 영혼이 병들어가니 결국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셈입니다.

 

둘째, 예수님은 우리에게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있지 않다’는걸 분명히 알려주십니다. 돈만 있으면 첨단 과학과 의학의 결실을 얼마든지 누릴 수 있는 시대이기에 사람들은 이 말씀을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하겠지만, 신앙을 가진 우리는 그것이 명백한 진리임을 분명히 알아볼 수 있지요. 인간의 생명에는 육체적 생명 뿐만 아니라 정신적이고 영적인 생명까지 다 포함되니까요. 오늘 복음 비유 속 부자는 바로 이 점을 간과하고 영적 생명을 소홀히 여겼기에 힘들게 쌓아올린 모든걸 한순간에 잃어버릴 큰 위기에 처하게 된 겁니다.

 

셋째, 예수님은 우리에게 ‘자신을 위해서만 재화를 모으지 말고, 하느님 앞에서 부유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자신을 위해 재화를 모은다는건 오로지 자기 만족을 위해서만 재물을 사용하는 자세를 가리키지요. 그 재산을 누리도록 허락하신 주님이라는 존재를 잊어버리고, 모든 것이 제 것인양 혼자서만 즐기고 누리면서, 그것이 제 손에 들어오기까지 협력하고 양보하며 기여한 이웃들의 몫을 내어주지 않는건 도둑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나 한 사람의 부귀영화에 눈이 멀어 이웃이 처한 어려움을 외면한 탓에, 그들이 세상에 지은 곳간은 텅텅 비고 내가 하늘에 지어야 할 곳간은 기초조차 세우지 못한 채 빈 땅으로 남아있는 겁니다.

 

한 해 동안 애 써 일한 보람이 풍요로운 수확으로 돌아오는 이 명절, 한껏 배불리 먹어도 괜찮고, 신나게 즐겨도 괜찮습니다. 다만 그 풍요로움을 안겨주신 주님의 은총을 당연하게 여기며 혼자 독차지하려고 들어선 안되겠지요. 부족하고 자격 없는 나에게 넘치도록 충만한 은총을 베풀어주신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내가 거둔 결실을 이웃 형제 자매와 기꺼이 나누는 자선을 실천해야 합니다. 그것이 알 수 없는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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