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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6주간 금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0-06 조회수207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26주간 금요일] 루카 10,13-16 

 

 “너희에게 일어난 기적들이 티로와 시돈에서 일어났더라면, 그들은 벌써 자루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쓰고 앉아 회개하였을 것이다.“

 

 

갈릴래아 호수 북쪽에 삼각형 모양으로 자리잡은 코라진, 벳사이다, 그리고 카파르나움 세 고을은 당시에 상업이 굉장히 발달하여 수많은 돈이 오고 가던 곳이었습니다. 갈릴래아 호수 주변에서 자주 활동하셨던 예수님은 자연스레 그 세 고을 사람들과도 깊은 연관을 맺으셨지요. 카파르나움은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처음 시작하신 곳이고, 벳사이다는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자주 들르셨던 동네였기에 자연스레 거기서 많은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이렇듯 예수님께서 그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시며 사람들을 가르치시고 수많은 기적들을 보여주셨지만, 그들은 회개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이 무슨 뜻인지, 그 가르침을 받은 자기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점들을 바로잡고 어떤 것들을 실천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성찰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은 겁니다. 주님의 뜻과 가르침보다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것들을 더 귀하게 여겼기 때문입니다. 구약시대에 수많은 임금들과 예언자들이 그토록 보고 싶어하던 ‘메시아’를 매일 보면서도, 그토록 듣고 싶어하던 말씀을 항상 들으면서도 자기들이 얼마나 크고 귀한 은총을 누리고 있는지를 깨닫지 못하여 누리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그러니 그런 그들에게 ‘너희는 참 불행하다’라는 선언이 내려지는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요.

 

그들이 주님 말씀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그들이 진정으로 행복해지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이 말을 들었다면 발끈하며 저에게 이렇게 되물었을 겁니다. ‘세상에 행복해지기를 원치 않는 사람이 어디있느냐’고, 자기들도 그 누구보다 행복해지기를 원했기에 그런 선택들을 한 것이라고 말이지요. 하지만 그들은 자기들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자신들은 사실 행복해지기를 바란게 아니라, 자신들이 ‘행복의 조건’이라 믿는 것들을 소유하고 싶었을 뿐임을 몰랐지요. 자신은 무엇이 있어야 행복한지를 이미 마음으로 다 정해놓았기에 다른 것들로는 성에 차지 않는 것입니다. 술이 있어야 행복하다고 믿는 사람에게 술을 끊어야 행복해진다고 한다면 그는 그 행복을 누리기를 거부하고 제 발로 지옥으로 갈 겁니다. 돈이 있어야, 명예를 누려야 행복하다고 믿는 사람에게 그런 것들이 오히려 행복을 방해한다고 말하면 그들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피하거나 자기 삶 바깥으로 밀어내 버릴 겁니다. 오늘 복음 속 세 고을 사람들이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회개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은 그들을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그들을 향해 ‘불행하여라’라고 꾸짖으시는 건, 당신 뜻과 가르침을 따르지 않은 그들이 그 ‘괘씸죄’로 진짜 불행해지기를 바라셔서 하신 말씀이 아니라, 그들이 늦게라도 회개하여 불행을 겪지 않기를 바라시는 간절한 마음으로 하신 말씀인 겁니다. 애정과 관심이 없으면 굳이 꾸짖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향한 꾸짖음에는 그가 잘못을 바로잡고 올바른 길로 돌아서서 참된 행복을 누리기를 바라는 기대와 희망이 들어있는 것이지요. 예수님은 그들이 ‘자루옷을 입고 재를 뒤집어 쓰고 회개하기’를 바라십니다. ‘자루옷’은 어떤 장식도 없는 투박하고 거친 천으로 만든 옷으로 화려하고 편안한 다른 옷들을 제쳐두고 그것을 입는다는건 자신이 하느님 앞에서 얼마나 비천한 존재인지를 고백하며 그분 뜻을 따르기 위해 고행까지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냅니다. 또한 ‘재’를 뒤집어 쓴다는 것은 자신이 하느님의 은총과 보살핌 없이는 먼지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유한하고 부족한 존재임을 고백하는 행위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는 우리가 그런 믿음과 의지로 회개하여 구원받기를 간절히 바라십니다. 그러니 그분께서 우리 때문에 마음 아파하시지 않도록, 아직 구원받을 기회가 남아있는 지금 즉시 회개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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