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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6주간 토요일,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0-07 조회수291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26주간 토요일,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 루카 10,17-24 

 

 “영들이 너희에게 복종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강론을 준비하며 성경을 공부하고 묵상할수록 “성경은 교만한 자 앞에서는 침묵한다.”는 옛 교부들의 가르침을 다시금 곱씹게 됩니다. 수 천년의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과 손을 거쳐오며 쓰여진 글입니다. 그것도 그냥 이야기가 아니라 당신 자신을 드러내 보여주시려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과 섭리가 부족한 인간의 언어로 표현된 것입니다. 이처럼 하느님의 섭리 속에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 마음 속에서 살아움직이며 전해진 말씀이니, 제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일천한 지식과 얕은 깨달음으로 그 심오한 의미를 다 헤아릴 수는 없습니다. 그저 ‘지혜롭고 슬기롭다’고 자처하는 교만한 이들에게는 그 심오한 뜻을 감추시고, 겸손한 자세로 마음을 활짝 열고 다가가는 순수한 영혼에게는 그 뜻을 드러내보이시는 하느님 사랑의 배려에 놀라고 감사하게 될 뿐이지요.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로부터 파견받아 복음을 선포하고 돌아온 제자들도 그런 놀라움과 감사함 속에서 크게 기뻐하며, 한껏 고무된 채로 예수님께 자신들이 보고 듣고 느낀 하느님 섭리를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 강렬한 체험을 통해 믿음이 깊어진 덕분인지, 그들은 이제 예수님을 ‘스승’님이 아니라 ‘주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그런 제자들의 기쁨이 가벼운 교만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그들을 진정시키시며, 그들이 신앙생활을 하면서 진짜 마음을 기울여야할 참되고 중요한게 무엇인지를 알려주십니다. “영들이 너희에게 복종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자신이 하느님께 부여받은 능력을 이용하여 눈에 보이는 결과를 얻어내는데에만 신경쓰다보면, 정작 중요한 하느님의 뜻은 소홀히하면서 사람들 앞에서 자기를 드러내고 높이기 위해 노력하게 되지요. 주객이 전도되고 나아갈 길을 잃어버린채 헛되고 부질없는 것들 속에서 방황하게 되는 겁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그러지 않도록 미리 조심시키시는 것이지요.

 

신앙생활의 참된 기쁨은 놀랍고 신비한 기적들을 체험하는데에 있지 않습니다. 내가 어디에,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나의 주님께서 언제나 나와 함께 계시며 지켜주시고 힘을 주신다는 분명한 확신 안에서 신앙생활의 참된 기쁨과 보람이 우러나오는 겁니다. 그러니 눈에 보이는 기적보다 믿음이 먼저입니다. 감각적인 체험보다 감사가 먼저입니다. 내 소원과 바람이 이루어지는 것보다 주님과 함께하는게 먼저입니다. 신앙의 신비는 작고 약한 이들의 겨자씨 한 알만큼도 못되는 보잘 것 없는 믿음을 통해서 우리를 주님 사랑으로 물들이고 변화시킵니다. 자신의 약함과 부족함을 솔직히 인정하는건 아프고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가 그런 모습으로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면 그분께서 우리를 따뜻하게 안아주실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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