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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영근 신부님의 복음 묵상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0-08 조회수336 추천수3 반대(0) 신고

231008. 연중 제27주간.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마태 21,42)
 
 
오늘 <말씀전례>는 ‘포도밭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사야>가 부르는 사랑의 연가(戀歌)인 <제1독서>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임의 포도밭을 노래한 사랑의 노래를 내가 임에게 불러드리리라”(이사 5,1)
 
여기서, 포도밭을 공들여 가꾸는 “포도원 지기”는 하느님으로, “포도밭”은 유다 민족으로 비유됩니다. 그런데 포도밭을 사랑하는 포도원 지기의 사랑을 배반하고, 포도밭은 엉뚱하게도 들 포도를 맺었습니다. 이에 포도원 지기는 사랑에 상처받고, 무너져 내리는 실망과 쓰라림에 빠졌습니다. 사랑이 배신당한 아픔에 어찌할 바를 몰라 비탄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우리를 격려합니다.
 
“아무 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운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그러면 사람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지켜줄 것입니다.”(필리 4,6)
 
<복음>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어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예수님께 찾아와 권위에 대해 따져 묻자 들려주신 세 가지 비유 중 ‘두 번째 비유’인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 입니다. (지난 주일에 ‘첫 번째 비유’(두 아들의 비유)를 들었고, 다음 주일에는 ‘세 번째 비유’(혼인잔치의 비유)를 듣게 된다.)
 
이 비유에서는 “포도원 주인”의 믿음과 자비가 더욱더 도드라지게 드러납니다. 도조를 받으러 보낸 종들이 몇 번씩이나 무참히 맞고 죽는 배신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아들을 직접 보내주시기까지 믿음과 자비를 베풉니다. 이는 당신의 아들마저도 죽음을 당했지만, 끝까지 포도원을 포기하시지 않으시는 아버지의 무한하신 사랑을 드러냅니다. 곧 아무리 인간의 죄가 크다 하여도 인간의 죄를 뛰어넘는 하느님 계획의 초월성을 보여줍니다.
 
그렇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약점이 있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약점을 감추는 것이 문제요, 우리의 실수가 아니라 우리가 실수를 통해서도 배우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또 우리가 잘 모른다는 사실이 아니라 모르면서도 아는 척 하는 것이 문제요, 알지 못한다는 사실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며, 우리가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이 아니라, 자신이 완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요,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완전을 요구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결국, 우리의 삶에서 하느님을 밀쳐내고, 그분의 권리를 강탈하는 것이 문제인 것입니다.

이제,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열매를 잘 맺은 포도밭이 되라고 하십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먼저 결실을 맺을 모든 준비를 우리에게 다 해 주셨습니다. <제1독서>에서 보듯이, “밭을 일구어 돌을 골라내고, 좋은 포도나무를 심어서 한가운데 망대를 쌓고, 즙을 짜는 술틀까지도 마련”(이사 5,2)하여 주셨고, <복음>에서 보듯이, “울타리를 둘러치고는 포도즙을 짜는 확을 파고 망대를 세워”(마태 21,33) 모든 준비를 다 해 주셨습니다.
 
이토록, 우리의 죄가 아무리 크다 하여도, 우리의 죄를 뛰어넘는 당신의 큰 사랑이 있습니다. 이 큰 사랑으로, 이제 구원이 이스라엘 백성에게 한정적으로 보장되었다는 유대인들의 생각은 파기되고, 새로운 이스라엘 백성이 탄생한 것입니다. 이토록, 당신께서 하시는 일을 참으로 놀랍습니다.
 
비유를 마치시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집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 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마태 21,42)
 
이는 비록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게 되었지만 오히려 그 죽음을 통해 새로운 구원의 시대가 펼쳐졌다는 역설의 신비를 가르쳐줍니다.
 
이것이 바로 구원의 신비요, 바로 인간의 죄를 뛰어넘는 하느님 계획의 초월성입니다. 우리 주 하느님의 크나 큰 사랑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주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에서 그 무엇도, 그 누구도 결코 우리를 떼어놓을 수는 없습니다.
 
이토록, 주님께서 제게 하신 일은 참으로 놀랍기만 합니다. 도망칠수록 저를 더 강한 사랑의 철창으로 꼭 가두시고, 제 안에 꿈틀거리는 반역을 멈추게 하십니다.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오히려 그를 통해 구원의 섭리로 이끄시며, 감춰 둔 사랑의 신비를 드러내십니다.
 
그러니, 이제 도조를 잘 내는 소작인이 되어야할 일입니다. 우리의 삶에서 하느님을 밀쳐내고, 그분의 권리를 강탈하지는 말아야할 일입니다. 탐욕으로 인해 주인의 아들마저도 죽이고 마는 악행과 배은망덕은 말아야 할 일입니다. 오로지 그분의 뜻에 따라 좋은 결실을 내고, 그 풍성한 소출을 도조로 바치는 새 백성이 되어야 할 일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이는 주님께서 이루신 일, 우리 눈에 놀랍기만 하네.”(마태 21,42)

주님!
당신께서 제게 하신 일, 참으로 놀랍기만 합니다.
도망칠수록 더 강한 사랑의 철창으로 꼭 가두시고,
제 안에 꿈틀거리는 반역을 멈추게 하십니다.
넘어지고 또 넘어져도 오히려 그를 통해 구원의 섭리로 이끄시며,
감춰 둔 사랑의 신비를 보여주십니다.
하오니, 주님!
언제나 제 머리 위에 당신 사랑을 두고, 당신께 속한 이로 살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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