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7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10-12 조회수624 추천수3 반대(0)

어릴 때 놀이 중에 팽이가 생각납니다. 팽이는 힘차게 돌아가지만 시간이 지나면 돌지 않고 쓰러집니다. 그래서 팽이는 채찍으로 계속 돌려주어야 합니다. 채찍으로 돌리는 것을 게을리 하거나, 소홀히 하면 팽이는 이내 쓰러지고 맙니다. 집에서 키우는 화초도 그렇습니다. 가끔씩 잎을 닦아주고, 볕이 좋은 날 햇빛에 놓아두고, 적당히 물을 주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자주 화초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래야 화초의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관심과 사랑이 없으면 예민한 화초는 금세 시들어 버립니다. 디지털 시대를 살면서 끊임없이 요구되는 것이 있습니다. 안전과 보안의 이유로 비밀번호를 정하는 것입니다. 비밀번호를 정할 때도 몇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생일은 안 되고, 연속된 숫자도 안 되고, 8자리 이상은 정해야 되고, 특수문자도 있어야 되고, 어떤 것은 대문자가 있어야 된다고 합니다. 비밀번호를 정하는 것도 힘든데, 그렇게 정한 비밀번호를 기억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비밀번호를 기록해 놓기도 하고, 자주 사용해야 합니다. 어쩌다 사용하면 그때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팬데믹 기간에 매일 피아노 연습을 했습니다. 엠이 피정 때 깜짝 발표를 하기로 했기에 더 열심히 연습했습니다. 그렇게 1년 가까이 하니 굳이 악보를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손이 움직였습니다. 팬데믹도 끝나고 2년 가까이 피아노 곁을 떠나 있었습니다. 어쩌다 한번 손을 움직이려하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매일 연습하지 않으면 손이 무디어 진다는 것을 새삼 알았습니다. 가수 김수철 씨는 매일 1시간씩 기타 연습을 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한지 벌써 50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전문가 수준의 기타 실력이지만 그렇게 연습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야 실력이 녹슬지 않는다고 합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종기도는 삼종기도와 부활 삼종기도가 있습니다. 보통 삼종기도는 매일 하니까 입에서 쉽게 나오는데 부활 삼종기도는 부활시기에만 하기에 처음에는 어색합니다. 하지만 매일 하면 그것도 익숙해지기 마련입니다. 밀림이 숲으로 우거지는 것은 비가 자주 오기 때문입니다. 사막이 삭막한 것은 비가 거의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마음에 기도의 비, 나눔의 비, 희생의 비가 내리지 않으면 우리들 마음도 삭막해 질 것입니다. 꾸준히 기도하고, 기쁘게 나누고, 기꺼이 희생한다면 우리의 마음은 사랑의 꽃이, 믿음의 꽃이 희망의 꽃이 필 것입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그래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우리의 심장은 당신 가운데 쉼을 얻을 때까지 편하지 않습니다. 주여! 저에게 앎과 헤아림을 주소서! 이 가운데 어느 것이 우선인지요! 당신을 부르는 것인지, 당신을 찬양하는 것인지요? 비슷하게 당신을 앎이 먼저인지, 당신을 부른 것이 먼저인지요? 허나 당신을 모른다면, 누가 당신을 부르겠습니까? 당신을 알지 못하는 이는 당신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을 부를 것입니다.(고백록 11)” 위대한 영성가이자, 신학자인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하느님 앞에 쉴 때까지 이 마음은 늘 불안하다.’고 고백하였습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쉼표를 찍은 곳에 우리가 마침표를 찍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힘센 자가 완전히 무장하고 자기 저택을 지키면 그의 재산은 안전하다. 그러나 더 힘센 자가 덤벼들어 그를 이기면, 그자는 그가 의지하던 무장을 빼앗고 저희끼리 전리품을 나눈다.” 우리의 구세주 예수님께서도 늘 한적한 곳에 가서 기도하셨습니다. 제자들에게도 늘 깨어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날이 언제 올지 아무도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늘 깨어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아무리 잘 지은 집도 3년만 사람이 돌보지 않으면 먼지가 쌓이고, 엉망이 되곤 합니다. 집 앞의 텃밭도 한해만 돌보지 않으면 잡초가 무성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여러분은 가지입니다.’ 가지가 나무에 붙어있지 않으면 말라 버린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나는 착한 목자라고 하셨습니다. 양들은 목자와 함께 있어야 안전하다고 하셨습니다. 악한 세력은 힘들고 어려운 일 속에서도 우리를 넘어트리지만, 즐겁고 기쁜 일을 통해서도 우리를 하느님과 멀어지게 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일지라도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중요합니다. 기쁘고 즐거운 일일지라도 교만하지 않고 겸손하게 받아들이는 믿음이 중요합니다. 결국 우리에게 주어지는 일들이 우리를 구원에로 이끄는 것은 아닙니다. 율법이 우리를 구원에로 이끄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일들 속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뜻을 찾고,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날 수 있도록 살아가는 우리들의 믿음이 우리를 구원에로 이끄는 것입니다.

 

내 편에 서지 않는 자는 나를 반대하는 자고, 나와 함께 모아들이지 않는 자는 흩어 버리는 자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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