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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 영근 신부님의 복음 묵상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0-15 조회수420 추천수5 반대(0) 신고

231015. 연중 제28주간.

 

“그대는 혼인예복도 갖추지 않고 어떻게 여기 들어왔나?”(마태 22,12)

 
연중 제28 주일입니다. 우리는 전 주일에는 ‘포도밭 소작인의 비유’를, 그 전 주일에는 ‘두 아들의 비유’를, 오늘은 ‘혼인잔치의 비유’를 들었습니다. 이 세 비유의 배경은 모두 동일합니다. 곧 이 비유들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어 성전을 정화하시자 수석사제들과 백성의 원로들이 예수님께 찾아와 권위에 대해 따져 추궁하자 들려주신 비유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는 수석사제와 백성의 원로들에게 들려주는 말씀입니다.

오늘 [말씀전례]는 ‘잔치’에 대한 말씀입니다. ‘잔치’는 유대인들에게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더구나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혼인잔치’는 성경에서 하느님과 그분 백성의 기쁘고 결정적인 일치의 상징으로 쓰이며(마태 15,1-12), 구원과 그 기쁨을 의미합니다. 곧 하느님께서 벌리시는 이 ‘혼인잔치’에 신랑은 그리스도이시며, 신부는 그리스도께서 사랑하시는 교회입니다. 이 잔치에 차려진 메뉴는 평화와 자비, 사랑과 기쁨, 봉사와 순명, 정의와 진리 등으로 차고 넘쳐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는 주님께서 특별히 마련하시는 잔치와 그 풍성함을 드러내줍니다. 곧 산 위에서 모든 민족들을 위하여 벌어지는 이 잔치는 음식과 술이 풍성할 뿐만 아니라, 모든 민족들의 너울이 벗겨지고, 죽음은 영원히 사라지고, 모든 사람에게서 눈물과 수치가 치워지는 잔치입니다.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 풍요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나의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영광스럽게 베푸시는 당신의 그 풍요로움으로, 여러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주실 것입니다.”(필리 4,19)
 
그런데, 오늘 <복음>에서는 이상하게도 이 천상의 잔치에 초대받고도 응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심부름꾼들을 붙잡아 때리고 죽이기까지 합니다. 사실 그들은 하느님을 믿는 충실한 신앙인들이었습니다. 메시아를 간절히 기다렸던 종교지도자들이었으며 유대백성들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는 크게 부류의 사람들이 나옵니다. 초대에 응답한 이들과 응답하지 않는 이들입니다, 그리고 응답하지 않은 이들에는 또 다시 두부류가 있으니, 자신들의 생업을 핑계 삼아 응답하지 않은 이들과 심부름꾼들을 붙잡아 때리거나 죽이기까지 하는 박해자들입니다. 이들 모두는 먼저 하느님께 초대를 초대받았으나 응답하지 않은 유대인들을 상징합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특별하신 섭리로 선택받았으나, 세속적인 탐욕과 진리에 대한 곡해로 하느님의 초대를 거부하고 박해하였습니다.
 
비유에서 임금은 말합니다. 구약성경과 유대교에서는 흔히 하느님을 임금으로 말합니다.
 
“혼인잔치는 준비되었는데, 초대받은 이들은 마땅하지 않구나. 그러니 고을 어귀로 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 오너라.”(마태 22,8-9)
 
이는 하느님의 초대에는 악한 사람이나 선한 사람이나 아무런 차별이 없으며, 누구든지 응하기만 하면 잔치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곧 구원은 인간적인 기준으로서의 선악과 관련되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하느님의 은혜와 그 은혜에 대한 응답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하늘나라는 하느님의 선물이요 자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은 설령 초대에 응답했다 하더라도, 그에 합당한 예복을 갖춰 입지 않으면 잔치에서 쫓겨난다는 사실입니다. 당시의 유대인들은 잔치를 베풀 때 반드시 대문에다 예복을 미리 준비해두었고, 이렇게 손님들이 예복을 입고 잔치에 들어가는 것은 주인에 대한 각별한 예의를 표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예복을 입지 않고 들어감은 주인을 모독하는 태도였던 것입니다. 그러니 초대에 응했다 하더라도 예복을 갖추어 입지 않으면, 다시 쫓겨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초대받은 자가 입고 들어가야 하는 예복은 무엇인가?
 
예수님께서는 산상설교에서 말씀하셨습니다.
 
“나더러 ‘주님, 주님’하고 부른다고 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마태 7,21)
 
그러니 ‘아버지 뜻의 실행’이라는 예복입니다. 그것은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거룩한 덕행의 예복이요, 우리 주님 그리스도의 ‘말씀의 실천’이라는 예복입니다. 중요한 것은 하늘나라는 먼 훗날의 나라가 아니며, 하늘나라에로의 초대 역시 먼 훗날 있게 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의 초대라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하늘나라의 잔치 역시 먼 훗날의 벌어지는 잔치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벌어지는 말씀의 잔치인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말씀의 옷을 입어야 할 일입니다. 바로 오늘의 삶 한가운데서 말씀의 실현이라는 이 잔치가 구체화되고 실현되고 증거 되어야 할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이 잔치에 초대하십니다. 우리는 낡은 인간을 벗어버리고 새 인간의 예복을 갈아입고 이 은혜로운 잔치에 참여해야 할 일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기도(기도나눔터)

“그대는 혼인예복도 갖추지 않고 어떻게 여기 들어왔나?”(마태 22,12)

주님!
잔치에 합당한 자 되게 하소서.
찬미와 감사의 거룩한 예복을 갖추게 하소서!
행동하는 신앙, 실천하는 사랑, 꺾이지 않는 희망으로
당신의 갑옷을 차려 입게 하소서!
당신 진리의 옷을 입고, 빛을 살게 하소서!
기쁨의 옷을 입고,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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