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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8주간 화요일,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0-17 조회수213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제28주간 화요일,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 루카 11,37-41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질 것이다.”

 

 

한 할머니가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초라한 행색으로 초콜릿을 팔고 있었습니다. 비에 젖은 할머니의 몸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풍겼고, 나무껍질처럼 벗겨지고 갈라진 할머니의 손바닥 위에는 얇은 초콜릿 몇개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아이가 엄마에게 초콜릿을 사달라고 조르며 칭얼댔고, 엄마는 할머니의 지저분한 행색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아이의 청을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기분이 나빠진 아이는 이내 전동차 객실이 떠나갈 듯 큰 소리로 빽빽 울어댔지요. 이에 당황한 엄마는 우선 우는 아이를 달래야겠다는 생각으로 지갑을 꺼냈습니다.

 

"알았어. 알았어, 엄마가 초콜렛 사 줄테니깐 그만 뚝해, 빨리"

 

울음을 그친 아이의 눈에는 아직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고, 엄마는 그런 상황이 영 맘에 안든다는 표정으로 마지못해 할머니께 돈을 내밀었습니다.

 

"초콜렛 하나만 주세요."

 

"네네,, 정말 감사합니다..."

 

할머니는 거듭 머리를 조아리며 아이 엄마에게 초콜릿 한 개를 건네주었습니다. 할머니가 건네준 초콜릿이 불결하다고 생각했는지 아이 엄마는 지하철 시트 위에 초콜릿을 몇 번 문질러 닦고는 포장을 뜯어 아이 입에 넣어 주었습니다. 잠시 후, 아이 엄마는 아이를 업으려고 신발을 신고 있던 아이를 전동차 시트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출입문이 열리자 아이를 업은 채로 서둘러 나가버렸습니다. 아이를 올려놓았던 시트 위에는 빗물에 젖은 아이의 흙 발자국 두 개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습니다.

 

"아이구 저런.... 사람들이 앉을 자린데 옷들 다 버리겠네..."

 

초콜릿을 팔던 할머니는 시트 위에 남겨진 아이의 흙 발자국을 자기 손으로 깨끗이 털어냈습니다. 아이 엄마는 할머니의 그 손이 불결하다고 생각했지만, 할머니는 기꺼이 자기 손을 더럽혀가며 전동차 시트 위에 흉하게 묻어 있는 아이의 흙발자국을 깨끗하게 닦아냈습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아이 엄마는 초콜릿을 파는 할머니의 조금은 지저분한 행색을 보고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무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할머니는 자기를 무시하는 젊은이의 모습에 발끈하지 않고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할 정도로, 자기 손이 더러워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앉을 자리에 묻은 흙먼지를 대신 털어내줄 정도로 넓은 아량과 따스한 배려가 몸에 밴 훌륭한 분이었지요. 그 모습을 본 이들은 자연스레 그 할머니를 존경하는 마음을 지니게 되었을 겁니다. 할머니가 선한 마음으로 실천한 자비와 선행이 사람들로 하여금 그분이 지니신 맑고 깨끗한 진면목을 알아보게 만든 것입니다.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겉모습을 그럴싸하게 꾸미는게 아니라 속 마음을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모습으로 바꿔가는 겁니다. 바르고 진실된 마음이 겉으로 흘러넘쳐 행동이 되고 삶이 되기 때문입니다. 겉으로만 그런 척 거짓과 위선으로 자신을 꾸미는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그런 삶이 계속될수록 마음은 점점 더 공허해질 뿐이지요. 그러니 의미와 보람,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 찬 ‘진짜배기’ 인생을 살고 싶다면 주님 말씀을 잘 듣고 그분 뜻을 실천하여 삶의 ‘내실’을 단단하게 다져야 합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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