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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8주간 토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0-21 조회수228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제28주간 토요일] 루카 12,8-12

 

 "사람의 아들을 거슬러 말하는 자는 모두 용서받을 것이다. 그러나 성령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 자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사람이 가장 크게 ‘모욕’을 당했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한 ‘사람’으로써 그 인격과 존엄성을 존중받지 못할 때, 마치 그 자리에 없는 사람처럼, 상대방에게 전혀 의미 없는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며 무시당할 때,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나의 진심이 왜곡되고 모함을 당할 때일 것입니다. 성령의 힘으로 악령을 쫓아내신 예수님을 두고 ‘베엘제불의 힘을 빌려 마귀를 쫓아낸다’고 모함한 것이 예수님을, 더 나아가 성령을 모욕한 일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우리로하여금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느끼게 해 주시려는 ‘선의’로 하신 일을, 마귀 두목의 힘까지 빌려가며 당신의 힘과 능력을 과시하려는 ‘교만’ 때문에 하신 일이라고 왜곡하고 모함했으니 예수님께, 그리고 그분과 함께 활동하시는 성령님께 그보다 더 큰 모욕과 상처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큰 자비와 넓은 아량으로 우리를 이해하시고 용서하시는 예수님이시지만, 그런 행동만은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고 엄중하게 경고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을 거슬러 말하는 자는 모두 용서받을 것이다. 그러나 성령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 자는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사람의 아들’이신 예수님을 거슬러 말한다는 것은 예수님의 뜻이 내 뜻과 다를 때, 예수님의 뜻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내 뜻대로 해달라고 그분께 강요하며 고집부리고 떼 쓰는 상황을 가리킵니다. 그런 이들은 용서하겠다고 하시지요. 실제로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반대하며 자기 뜻을 관철시키려 했던 베드로에게 그렇게 하셨습니다. 그가 당신 뜻을 거스른다고 하여 단죄하거나 벌 주시지 않고, 그저 ‘내 뒤에 서라’고 하시며 그에게 참된 제자의 길이 무엇인지를 상기시켜 주셨습니다. 베드로가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고 당신 뜻을 따르도록 참아주시고 이끌어주신 겁니다.

 

그런 예수님이 ‘성령을 모독하는 말을 하는 자는 용서받지 못한다’고 하십니다. 뭔가 이상합니다. 사랑과 자비의 원천이신 하느님께도 용서하지 못할 자가 있는 걸까요? 우리 죄를 참아주시고 용서해주시는 하느님의 자비에도 한계가 있는 걸까요? 예수님의 십자가 구원에서 배제되는 사람이 있는 걸까요? 우리는 이 문장의 뜻을 주의해서 잘 살펴봐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용서하지 않으신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용서하셔도 우리 인간 편에서 그 ‘용서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겁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여 의심하고 오해하며 배척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이 나를 용서하신다고 해도 내가 나 자신의 그런 모습을 절대 용서하거나 용납하지 못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며, 자기 자신을 괴롭히고 단죄하려고 드는 겁니다.

 

그런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으려면 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에 대한 믿음을 회복해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감사하는 태도를 갖는 것이 그렇게 하는데에 도움이 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감사할 일을 찾을 수 있다면, 나를 사방에서 둘러싸고 있는 하느님의 은총들을 알아볼 수 있고, ‘하느님께서 나를 정말 사랑하시는구나!’라는 확신을 지니게 되는 것이지요. 하느님께서는 우리와 단절되기를 원치 않으십니다. “사람들 앞에서 나를 모른다고 하는 자는, 사람의 아들도 하느님의 천사들 앞에서 그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라는 말씀은 우리가 당신과의 관계를 끊으면 당신도 우리와의 관계를 끊어버리겠다고 엄포를 놓으시는게 아니라, 우리에게 당신과 맺은 사랑의 관계를 끊지 말라고 간곡하게 호소하시는 겁니다. 하느님과의 관계가 단절되면 누구에게 손해일까요? 누가 아쉬울까요? 부족하고 약한 우리가 더 손해이고 그래서 우리가 더 아쉬워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주님께서 더 아쉬워하시고 안타까워하십니다. 그만큼 진심을 담아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이토록 사랑 넘치시는 주님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를 그분께로 이끄시는 성령의 인도에 따라 살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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