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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9주간 금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0-27 조회수229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29주간 금요일] 루카 12,54-59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일기예보가 없던 시절, 사람들은 늘 자연의 변화를 살피면서 기후를 예측하였습니다. 이스라엘의 서쪽에는 지중해가 있었기에 바다가 있는 서쪽에서 구름이 몰려오면 비가 올 것을 예상하였고, 남쪽의 사막 지대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더워질 것을 예측하였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시고 예수님께서는 ‘하늘과 땅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시대는 풀이할 줄 모른다’고 질책하십니다. 즉, 눈에 보이는 단편적인 현상은 그것이 자신의 이익과 관련되기에 관심을 기울이고 지켜보면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내가 정말 신경쓰고 챙겨야 할 더 중요하고 장기적인 것들은 챙기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나무’만 보고 ‘숲’에는 신경쓰지 않는 우리의 어리석은 모습을 지적하시는 것이지요.

 

우리가 그렇게 하는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하늘과 땅의 징조’를 통해 예측하는 자연현상은 우리가 예측한 ‘그대로 되기’ 때문입니다. 내 삶을 내 뜻대로 하고자 하는 우리의 교만한 마음이, 내가 준비하고 예측하고 기대하는대로 이루어지는 일들에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임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우리 삶에서 보다 중요하고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일들은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들입니다. 내 뜻대로가 아닌, ‘하느님의 뜻’대로 이루어지는 일이기에 부족한 우리의 지성으로는 감히 예측하기도 준비하기도 어렵지요. 그런데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신의 예측범위를 벗어나는 ‘불확실성’을 두려워하는 존재이기에,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따를 수 밖에 없는 하느님의 뜻보다는, 자신의 예측범위 안에서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라도 그것이 하느님의 뜻에 맞지 않는다면 그런 일은 아무리 해봐야 우리의 구원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그것을 잘 알면서도 계속해서 하느님의 뜻을 외면하고 눈에 보이는 현상에만 집착한다면, 수학이 어렵다고 수학시험을 앞두고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영어공부만 하는 학생과 다를 바 없지요. 그런 학생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결과를 만든 것은 온전히 본인이 어리석은 선택을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간은 기본적으로 부족하고 약한 존재입니다. 그렇기에 모든 일을 자신이 원하는대로 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도, 아무리 잘나가는 사람이라도 자신의 약함과 부족함 때문에 ‘본의 아니게’ 자신의 바람이나 의지와는 다른 것을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우리의 모습에 대해 사도 바오로는 로마서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나에게 원의가 있기는 하지만 그 좋은 것을 하지는 못합니다.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맙니다. 그래서 내가 바라지 않는 것을 하면, 그 일을 하는 것은 더 이상 내가 아니라 내 안에 자리 잡은 죄입니다.”(로마 7,18-20)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이 바라는 일을 하지 말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해야 합니다. 외모를 가꾸려고 하기보다 내면의 정신을 가꾸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기 보다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재산을 늘리려고 하지말고 하늘에 보화를 쌓아야 합니다.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고, 가난한 이들과 가진 것을 나누며,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잘 만들어가야할 ‘시대’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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