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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시몬과 성 유다 사도 축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0-28 조회수205 추천수5 반대(0) 신고

[성 시몬과 성 유다 사도 축일] 루카 6,12-19 

 

 “밤을 새우며 하느님께 기도하셨다. 그리고 날이 새자 제자들을 부르시어 그들 가운데에서 열둘을 뽑으셨다.“

 

 

오늘은 성 시몬과 성 유다 사도의 삶과 행적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오늘의 복음은 예수님께서 당신을 따르던 제자들 중 열 둘을 따로 뽑아 ‘사도’라는 특별한 소명을 맡기시는 내용이지요. 예수님은 그 열 두명을 그냥 뽑으신게 아닙니다. 밤을 새워가며 기도하시고 나서 뽑으셨습니다. 조건이 더 좋고 능력이 더 뛰어난 이들을 뽑아 수월하게 일하고 싶다는 인간적 욕망과, 부족하고 약한 이들을 통해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가 드러나게 하여 사람들이 그분을 찬미하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신적 소명 사이에서 밤새 치열하게 고뇌하시다가, 결국 아버지의 뜻에 순명하는 쪽을 택하신 겁니다. 즉 사도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예수님께서 기도를 통해 얻은 ‘열매’들인 것이지요. 그들은 부족함 투성이였지만, 예수님을 알고 나서 새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과거 없는 성인 없고 미래 없는 죄인 없다”는 신앙의 진리가 그들을 통해 온 세상에 분명히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님으로 믿고 따르는 신앙생활의 핵심은 ‘회개’, 즉 변화입니다. 세례를 받기 전과 후에 달라진 게 없다면 세례가 지닌 은총과 효과를 제대로 못누리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알고 나서도 그분 뜻을 따르고자 노력하지 않는다면 예수님을 모르고 사는 이들만도 못한 것입니다. 사도들이 예수님을 ‘주님’으로 만나 부족했던 과거를 뒤로 하고 새 삶을 살았듯이, 우리도 예수님을 진정 ‘나의 주님’으로 믿고 섬긴다면 그 믿음의 힘으로 나의 부족함을 채우고 잘못을 바로잡아 ‘새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우리가 오늘 함께 기억하는 시몬과 유다 사도가 그러했지요. 가톨릭 교회에서는 “그의 형제들은 야고보, 요셉, 시몬 유다가 아닌가?(마태 13,55)”라는 구절을 근거로 두 사도를 예수님의 친척으로 보기도 합니다. 또한 두 사도가 같이 선교를 떠나 같이 순교했다는 전승도 전해집니다. 두 사도가 예수님의 친척이었다면 사도로 뽑혀 순교하신 의미가 남다를 것입니다. “예언자는 어디에서나 존경받지만 고향과 친척과 집안에서만은 존경받지 못한다.”(마르 6,4)는 예수님 말씀처럼, ‘나는 내 가족에 대해 잘 안다’는 편견과 ‘익숙함’이라는 함정을 극복하고 참된 믿음의 영역으로 나아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예수님에 대해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지 않았던 다른 제자들보다 더 어려운 신앙의 길을 걸은 겁니다.

 

게다가 시몬은 이스라엘의 독립을 위한 무장투쟁 운동에 가담했던 사람입니다. 즉 다른 누구보다 더 세속적이었던 사람입니다. 또한 이스라엘에 해방과 번영을 가져다줄 정치적 메시아에 대한 기대가 그 누구보다 컸던 사람입니다. 그랬던 그이기에 주님께 대한 참된 믿음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두 단계의 도약을 거쳐야만 했을 겁니다. 먼저 자기 삼촌 요셉의 아들로 자라며 목수 일이나 거들었던 사촌동생 예수가 메시아일리 없다는 편견을 뛰어넘어야 했을 것이고, 다음으로는 물리적인 힘도 정치적인 권력도 사회적인 배후도 없는 평범한 시골 청년이 구세주일리 없다는 편견을 뛰어넘어야 했겠지요. 그 도약의 과정은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지만, 굳건한 믿음과 철저한 순명으로 그것을 극복한 덕분에 ‘예수의 친척’에서 ‘주님의 사도’로 변화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변화되어야겠습니다. 예수님을 바라봄에 있어 인간적인 기대나 편견은 내려놓고, 믿음과 순명의 눈으로 그분을 바라보며 그분의 뜻을 실천하는 ‘제자’로 변화되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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