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위령의 날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11-01 조회수567 추천수5 반대(0)

휴가 중에 제일 먼저 찾아 간 곳은 비봉 추모관이었습니다. 그곳에는 12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3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함께 있습니다. 볕이 좋은 가을날에 베드로와 요한이 주님이 계셨던 무덤으로 달려가듯이 추모관으로 갔습니다. 부모님이 계신 곳에는 동생 수녀님이 부모님이 함께 찍은 사진을 갖다 놓았습니다. 부모님을 위해 연도를 바치면서 이제는 기억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했습니다. 기억 속의 아버지는 늘 책을 가까이 하였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어머니와 함께 산책을 갔습니다. 생각했으면 행동으로 옮기는 결단력이 있었습니다. 술 때문에 실수하는 자식을 보면서 술을 입에 대지 않는 금주로 모범을 보였습니다. 약주를 좋아했었지만 돌아가실 때까지 술을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성경 필사를 하였고, 예수님의 탄생을 축복하였던 시메온처럼 늘 성당에서 성무일도를 하며 기도하였습니다. 하느님을 믿었고, 신앙 안에서 충실하게 살았으니 하느님의 품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리라 믿습니다.

 

어머니는 생활력이 강하였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늘 일을 하였습니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 왔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합니다. 가난했기에 서울로 올라왔다고 합니다.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서 서울로 올라왔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쌀가게를 하였고, 작은 슈퍼를 하였고, 밥장사를 하였고, 파출부로 일을 하였습니다. 고된 일을 하셨기에 몸이 많이 아팠습니다. 펠리컨이 새끼들에게 자신의 피를 먹이는 그림을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펠리컨처럼 자녀들을 위해서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하였습니다. 아들이 본당 신부가 되었을 때입니다. 어머니는 기쁜 마음으로 아들과 함께 3년을 지냈습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옷을 제대로 입듯이 어머니가 함께했던 첫 본당 신부였기에 큰 어려움 없이 무탈하게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곧은 느티나무처럼 강하였다면 어머니는 흐르는 물처럼 부드러웠습니다. 어머니는 대녀들이 많았고, 대녀들을 잘 챙겼습니다. 가나의 혼인잔치에서 성모님이 예수님께 물을 포도주로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였던 것처럼 대녀들이 아프면 제게 봉성체를 부탁하였고, 대녀들의 자녀들이 혼배를 하면 제게 주례를 부탁하였습니다. 어머니는 하느님을 믿었고, 신앙 안에서 충실하게 살았으니 하느님의 품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리라 믿습니다.

 

아버지는 정신력이 강했지만 체질은 약하였습니다. 머리카락이 일찍 하얗게 되었고, 치아가 좋이 않아서 일찍 틀니를 사용하였고, 혈압이 높아서 약을 먹어야 했습니다. 어머니는 마음이 부드러웠지만 체질은 강하였습니다. 치아가 좋아서 돌아가실 때까지 튼튼한 치아를 사용하였습니다. 머리카락도 검었고, 혈압도 정상이었습니다. 저는 아버지의 강한 정신력과 어머니의 강한 체질을 닮았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체질은 아버지를 닮았습니다. 치아가 좋지 않아서 늘 신경이 쓰였습니다. 부드러운 음식을 선호하였습니다. 이제는 하얀 머리카락이 자연스러운 나이가 되어서 염색을 하지 않지만, 머리카락도 일찍 하얗게 돼서 염색을 하였습니다. 혈압이 높아서 일찍부터 약을 복용하였습니다. 아버지의 체질을 닮은 것이, 어머니의 마음을 닮은 것이 사제생활에 불편함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도움이 되었습니다. 체질 때문에 건강에 관심을 가졌고, 아직까지는 불편함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앞장서서 끌고 가는 성격도 좋겠지만 뒤에서 밀어주는 성격도 좋았습니다. 저 역시도 하느님을 믿고, 신앙 안에서 충실히 살아 언젠가 천상에 계신 부모님을 다시 만날 것을 희망합니다.

 

오늘은 위령의 날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욥은 현재의 고통과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이 모든 고통을 씻어 주리라는 믿음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욥에게 현실에서의 삶만이 있다면 고통과 아픔 앞에 좌절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알려 주십니다. ‘가난한 이, 자비를 베푸는 이,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이, 평화를 위해 일하는 이, 주님 때문에 박해를 받는 이이런 이들은 참된 행복을 만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들의 현재는 천상에서의 미래를 약속하기 때문입니다. 죽은 이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은 우리 자신의 성화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것은 죽은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면 자연히 하느님의 나라에 대하여 묵상하게 되므로 자신의 생활을 반성하여 성실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들이, 현재 우리들이 바라는 것들이 과연 영원한 삶에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오히려 영원한 삶에 장애가 되는가! 묵상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래서 영원한 삶을 위한 준비를 합당하게 할 수 있도록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세상을 떠난 모든 영혼들이 하느님의 품 안에서 영원한 삶을 살아가도록 기도합니다.

 

희망은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받은 성령을 통하여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기 때문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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