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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1-09 조회수202 추천수4 반대(0) 신고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요한 2,13-22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돌로 짓는 성전은 크기가 크고 화려할수록 ‘맘몬’이라는 돈의 우상을 섬기는 ‘이교의 제단’으로 변질되기 쉽습니다. 그 외적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스라엘과 그리스도교의 역사 안에서 그런 일들이 자주 일어났지요. 다윗왕 시절 태평성대를 누리던 이스라엘은 솔로몬이 크고 화려한 성전을 지은 이후 나라가 둘로 분열되었습니다. 성전 건물의 화려함을 유지하기 위해 물질적인 것들에 집착하다보니 하느님의 뜻을 ‘듣는 마음’이 흐려졌던 겁니다. 헤로데가 무너진 예루살렘 대성전을 재건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성전의 리모델링 공사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백성과 하느님을 생각하는 꽤 괜찮은 군주였던 헤로데였으나, 그 성전을 통해 얻게된 인기와 영광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무리수를 두는 과정에서 폭군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로마에 바티칸 성전을 지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워낙에 규모가 크고 화려한 성전이다보니 그것을 유지 관리하기 위해 많은 돈이 필요했고 자연스레 성직자들은 돈에 치중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예수님의 친구들인 가난하고 약한 이들은 교회에서 소외되어버렸지요.

 

그런가하면 그와 반대되는 사례도 있습니다. ‘나가이 다카시’라는 사람의 경우입니다. 의사였던 그는 원폭 피해를 입고 그 후유증으로 백혈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는데, 그 기간동안 무려 17권이나 되는 책을 집필하여 전 세계인들에게 전쟁의 참혹함을 알렸습니다. 그는 유리를 주 재료로 한 평 짜리 집을 지어 거기에 ‘여기당’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는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계명을 한자로 바꾼 “여기애인”(如己愛人)의 정신을 담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 집에서 여생을 지내며 묵주기도와 집필에만 전념했다는데, 그가 선종한 후 매년 20만명 가까운 순례객이 그의 정신을 기리고 본받기 위해 그곳을 찾는다고 합니다. 커다랗게 지어졌던 성당은 전쟁으로 무너져 흔적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그의 신앙과 정신이 담긴 한 평짜리 소박한 건물은 아직까지도 남아 사람들을 하느님께로 이끌고 있는 겁니다.

 

주님은 둘 중 어느 성전을 더 좋아하실까요? 사람들을 ‘맘몬’으로 이끄는 크고 화려한 성전을 좋아하실까요? 아니면 사람들을 신앙으로 이끄는 작고 소박한 성전을 좋아하실까요? “이 성전을 허물어라. 그러면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라는 말씀을 보면 그 답이 후자라는게 분명합니다. 성전의 건물이 크고 화려해질수록 우리 신앙이라는 내적 성전이 피폐해질테니, 재물과 욕심만 가득한 외적 성전은 철저하게 허물어버리고 나 자신이 하느님이 머무르시는 거룩한 성전, 그분 뜻인 사랑과 자비, 용서와 화해가 실현되는 아름다운 장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라고 하시는 겁니다. 

 

위령 감사송 중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세상에서 깃들이던 이 집이 허물어지면, 하늘에 영원한 거처가 마련되나이다.” 잠시 깃들이다 떠날 ‘세상의 집’에 집착하거나 연연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우리가 영원히 머무를 하늘에 튼튼하고 아름다운 거처를 마련하는데에 마음을 기울여야겠습니다. 주님의 계명과 뜻을 충실히 실천함으로써 나라는 존재를 그분께서 기쁘게 머무르실 ‘성전으로 봉헌’해야겠습니다. 그것이 오늘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을 지내는 의미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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