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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32주간 월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1-13 조회수252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32주간 월요일] 루카 17,1-6 

 

 "네 형제가 죄를 짓거든 꾸짖고, 회개하거든 용서하여라."

 

 

종종 신자분들로부터 ‘나는 그 사람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는 말씀을 듣습니다. 그러면 저는 나름대로의 전략을 가지고 어떻게든 그분들을 용서의 길로 이끌어보고자 애를 쓰지요. 첫번째 전략은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입니다. 내가 그를 마음 속으로 얼마나 미워하고 원망하는지 어차피 그 사람은 알지도 못하는데 무엇하러 그런 미운 사람 때문에 내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느냐고 읍소하는 겁니다. 슬프게도 이 방법은 잘 먹히지 않습니다. 그러면 두번째 전략인 ‘감정에 호소하기’로 넘어갑니다.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미워하는건 마음 속에 커다란 대못을 박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그 상태가 오래 지속될수록 나만 더 상처입고 아프게되니,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마음에 박힌 그 미움이라는 못을 빼내시라고, 날 한 번 아프게 한 그 사람이 계속해서 날 아프게 하도록 방치하지 마시고 어서 내 마음 밖으로 내보내시라고 간곡하게 설득해보는 겁니다. 그러면 많은 분들이 용서하기 위해 한번 노력해보겠다고 하십니다. 하지만 미움과 원망이 내 마음에 남긴 상처는 그렇게 쉽게 치유되지 않지요. 계속해서 아파하다가 다시 또 억울함과 분노에 사로잡혀 그를 미워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경우 저는 최후의 수단으로 ‘엄중경고’라는 방식을 사용하게 되는데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서 하시는 말씀이 바로 그런 내용입니다.

 

용서를 강조하시는 다른 말씀에서는 ‘선택’이라는 관점, ‘권고’라는 수준으로 말씀하시는데 비해, 오늘 복음에서는 상대방의 잘못을 용서하지 않아 그를 ‘죄인’의 상태로 방치한다면, 그 사람만 벌을 받는게 아니라 그를 구원하고자 하신 하느님의 뜻을 거스른 죄로 나 또한 벌을 받아 멸망에 이르게 될테니, 그렇게 되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하라고 ‘엄포’를 놓으시는 겁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나에게 저지른 잘못을 들춰내는 일에만, 나에게 큰 상처를 입힌 그를 비난하는 데에만 주의를 기울이지만, 우리는 크든 작든, 알게 모르게, 끊임없이 다른 이에게 잘못을 저지르고 상처를 입히며 살아갑니다. 아무리 신경쓰며 조심하고 남에게 피해 안주려고 노력해도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되는 것이지요. 이처럼 나 역시 살아가는 동안 자비와 용서의 은혜를 계속해서 필요로 하는 부족하고 약한 존재인데, 그런 나에게 스스로가 일방적인 피해자임을 주장하며 누군가를 미워하고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요? 오히려 여러 사람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자비와 용서를 베푸시는 하느님께 감사하며 나 역시 다른 이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용서와 자비를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지요?

 

그러니 더 이상 상대방 탓하지 말고, 이래서 못한다고 핑계 대지 말고 용서해야겠습니다. 그가 자기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는게 보인다면 다른 조건을 걸지 말고 용서해야겠습니다. ‘앞으로 잘하겠다’고, ‘다신 안그러겠다’고 말해놓고 또 같은 잘못을 반복하더라도 제한을 두지 말고 용서해야겠습니다. 그가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회개할 때까지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지 말고, 필요하다면 그가 생각 없이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엄하게 꾸짖어 주어야겠습니다. 단, 그 꾸짖음을 비난과 단죄를 위한, 내 부정적인 감정을 쏟어내기 위한 구실로 삼지 말고, 그를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헤아리며 그의 성찰과 회개를 간절히 바라는 진심을 담아 사랑으로 꾸짖어야겠습니다. 그 과정에 힘과 용기가 부족하다면 하느님께서 채워주시도록 열심히 기도해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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