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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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헝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11-16 조회수531 추천수4 반대(0)

초등학교 때의 기억입니다. 학년이 높아지면서 소유에 대한 집착도 커졌습니다. 짝꿍과 함께 쓰는 책상을 반으로 나누어 을 그었습니다. 줄을 넘어오지 말라는 경고의 표시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한심한 일인데 그때는 철이 없었습니다. 친구의 공책이 제 자리로 넘어왔습니다. 저는 옮기라고 하면서 경고를 하였고, 친구는 무시하였습니다. 저는 친구의 공책을 찢었습니다. 이번에는 저의 교과서가 친구의 자리로 넘어갔습니다. 친구는 옮기라고 하면서 경고를 하였고, 저는 무시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친구가 저의 교과서를 찢었습니다. 사실 공책과 교과서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소유에 대한 저와 친구의 욕심 때문에 벌어진 참사였습니다. 결국 저와 친구의 이런 행동은 선생님의 레이더에 포착되었고 친구와 저는 아주 엄한 체벌을 받았습니다. 친구와 저는 책상을 나누었던 줄을 깨끗하게 지우면서 평화를 이루었습니다. 저의 공책이 넘어가도, 친구의 교과서가 넘어와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소유를 표시하던 줄이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70년 전에 남과 북은 정전협정을 하였고 남과 북의 허리에는 휴전선이 생겼습니다. 서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면서 넘어갈 수도 없고, 넘어올 수도 없는 휴전선은 70년 남과 북의 분단선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땅굴로 도발하였고, 남한은 북한에 총풍을 요청하기도 하였습니다. 휴전선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문제는 남과 북의 정치인들의 생각입니다. 휴전선을 자신들의 욕망과 정권을 채우려는 도구로 삼는다면 휴전선은 긴장과 갈등의 상징으로 남을 것입니다. 휴전선을 민족의 일치와 화해를 위한 도구로 삼는다면 휴전선은 평화와 생태의 관광지가 될 것입니다. 북한에 개성공단과 같은 경제협력 공단이 10개가 더 생긴다면, 남한의 철도가 북한의 철도와 연결되어서 남한의 수출품이 북한을 통해서 유럽으로 수출된다면 우리는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문화강국, 경제강국이 될 것입니다. 북한의 숙련된 노동과 남한의 세련된 기술이 만나면 마치 좋은 땅에 뿌려진 씨앗처럼 30, 60, 100배의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부디 남과 북의 지도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남한과 북한의 국민들이 그런 판단을 할 수 있는 정치인들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느님의 자녀라고 자부하는, 선택받은 민족이라고 자부하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목숨을 건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들이 넘어올 수 없는 장벽을 만들었습니다. 팔레스타인들의 생명줄인 물과 전기를 통제하였습니다. 팔레스타인들을 정당한 재판 없이 체포하고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 놓은 으로 평화가 이루어지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들은 지하에 땅굴을 파 놓았습니다. 장벽 안에 갇힌 팔레스타인들은 분노하였습니다. 물과 전기를 공급받아야 하는 팔레스타인들은 가난과 굶주림에 지쳐갔습니다. 정당한 절차와 재판 없이 체포당하고, 죽어야 하는 이웃을 보았습니다. 분노와 굶주림 그리고 저항은 결국 을 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기약 없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참된 평화와 화해는 높게 쌓은 장벽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참된 평화와 자유는 제한된 물과 전기의 공급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참된 자유와 평화는 힘에 의한 억압과 탄압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오늘 독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을 알 수 있을 만큼 많은 것을 아는 힘이 있으면서 그들은 어찌하여 그것들의 주님을 더 일찍 찾아내지 못하였는가?” 저는 초등학생 때 소유의 상징인 을 지우면서 친구와 평화를 이루었습니다. 우리 민족은 외줄타기와 같은 긴장 속에서도 휴전선을 평화와 생태의 공원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도 하느님으로부터 선택받은 민족답게 높은 장벽은 허물어 버리고, 자유롭게 왕래하며 참된 평화와 화해를 이루면 좋겠습니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함께 새로운 노아의 방주를 만들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는 날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가고 하였는데, 홍수가 닥쳐 그들을 모두 멸망시켰다. 제 목숨을 보존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살릴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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