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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1-18 조회수220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루카 18,1-8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지체 없이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

 

 

‘삼고초려(三顧草廬)’라는 말이 있습니다. 유비가 제갈 공명을 자기 책사로 삼기 위해 세 번이나 집까지 찾아가 부탁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유비의 능력에 의구심을 품었던 제갈공명은 자신을 향한 유비의 진심과 끈기를 보고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유비는 그의 도움으로 삼국통일이라는 대업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유비가 자존심을 내세우고 체면을 따졌다면 훌륭한 책사를 얻지 못했을 것이고 대업을 이루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런 점에서 ‘유비의 삼국지’는 그의 간절함과 끈기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우리에게 ‘삼고초려’가 아니라 ‘삼십고초려’라도 해야한다고 하십니다. 불의한 재판관을 계속해서 찾아가 끊임없이 원하는 것을 청하는 과부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간절히 열심히 항구하게 청하면 하느님께서 그런 우리 기도를 들으시고 우리에게 좋은 방식으로 응답해 주신다고 하십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시기에, 당신 자녀들의 부르짖음에 항상 귀기울이시며 지켜보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이 침묵하시는 것처럼 보여도, 기도하고 청하는데도 당장 달라지는게 없는거 같아 힘이 빠져도,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하라고 하십니다. 그만큼 우리가 기도 중에 낙심하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온전히 믿지 못하기에, 나를 사랑하시는 그분 구원의 섭리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기에, 자기 뜻과 계획에 그만큼 더 집착하게 되고, 내가 기대하거나 바라는대로 안되면 어쩌나 하고 불안해하며 걱정하다가 결국 걱정한대로 되면 실망하게 되는 겁니다. 우리가 기도 중에 맞닥뜨리게 되는 가장 큰 난관입니다. 사람들이 그 난관에 대응하는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어차피 기도해봤자 달라지는건 없구나’라는 생각에 절망하여 더 이상 기도하기를 포기하거나, 내가 바라는대로 안들어주시는데에는 이유가 있겠지 생각하여 그 이유와 뜻을 찾기 위해서라도 더 간절히 그분께 매달리거나.

 

후자를 선택한 이들은 정화와 깨달음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내가 좋아하고 청하는 것이 하느님께서 보시기에도 정말 좋은 것인지를 성찰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내가 청하는 그것을 청하는 그 때에 반드시 그대로 이뤄주셔야 한다는 고집을 내려놓게 됩니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 하느님께서 내가 청하는 것을 들어주지 않으시는 것은 내가 청한 것보다 더 좋은 것을 주시기 위해 적당한 때를 기다리시는 거라는걸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그 때가 차면 지체하시는 일 없이, 당신이 원하시는 그 일을 즉시 이루시리라 믿고 기다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믿음 안에서 인내하며 기다리다보면 나를 위해 준비하신 하느님 섭리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고, 결국엔 ‘그분께서 나를 정말로 사랑하시는구나’라는 분명한 확신 안에서 참된 행복을 누리게 되지요. 우리는 그러기 위해 기도하는 겁니다.

 

다만 한 가지 우리가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기도의 내용입니다. 우리는 오늘 복음에 나오는 과부가 그랬듯이, 자신에게 유리하고 이익이 되는 것을 청하지 말고, ‘올바른 판결’을 내려달라고 청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뜻과 계획에 부합되는 것이 올바른 판결입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어떤 것을 청해도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시는 분이시지요. 우리는 원하는걸 얻어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 마음을 잘 헤아리기 위해, 그분께서 주시는 좋은 것을 제대로 알아보고 잘 받기 위해 기도하는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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