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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1-21 조회수279 추천수3 반대(0) 신고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 마태 12,46-50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매일 매일 불철주야 아드님 걱정에 여념이 없던 성모님께 달갑지 않은 소식이 전해집니다. 아들 예수가 미쳤다는 소문이 들립니다. 율법을 거스르고 바리사이나 율법학자 같은 세력가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위험한 발언들도 서슴지 않는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그래서 잔뜩 화가 난 그들이 두 눈에 불을 켜고 눈엣가시 같은 예수를 감옥에 잡아 넣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들립니다. 아들 예수가 잘못된 판단으로 그릇된 일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저대로 설치게 놔두었다가는 제명대로 못 살 것입니다. 또한 그 불똥이 가족친지들에게까지 튈지 모릅니다. 그런 걱정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성모님은 친척 형제들을 데리고 예수님이 머무르시는 곳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밖에 나와있던 사도에게 가족들이 예수님을 만나러 왔다고 좀 전해달라 청합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반응이 정말 의외입니다.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태오 복음 12장 48절, 50절)

 

자신을 열 달 가까이 뱃속에 품고 다닌 어미가 여기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함께 지내며 수많은 추억을 나누었던 소중한 형제들이 여기 있는데,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온 가족들을 마중나올 생각은 하지 않고 피 한방울도 섞이지 않은 저 군중들을 두고 자기 어머니요 형제라고 칭하다니 정말 속상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입니다. 하지만 성모님은 아들 예수의 말에 발끈하지 않으십니다. 지금까지 늘 그래왔듯 이해하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아드님의 말씀을 마음 속에 곰곰이 간직한 채 성찰과 숙고를 시작하십니다. 지금은 비록 내 눈이 뜨이지 않고 내 귀가 열리지 않아 아드님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 말씀을 가슴에 품고 계속해서 기도하다보면 그 뜻을 알게될 날이 오리라는 믿음으로 끊임없이 기도하신 겁니다. 그런 평생의 노력을 통해 성모님은 예수님을 통해 드러난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그 누구보다 성실하게 실천하는 신앙의 모범이자 주님의 참 가족이 되셨지요.

 

오늘은 성모님께서 성전에 봉헌되신 일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전승에 의하면 성모님께서 3살 때 그 부모인 요아킴과 안나가 성모님을 성전에 봉헌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는 당시 동정녀들을 성전에서 키우며 메시아의 어머니가 될 것을 준비하던 관습에서 비롯됩니다. 요아킴과 안나는 성모님을 메시아를 맞이하기 위한 제물로 성전에 봉헌한 것입니다. ‘성전에 봉헌된다’는 건 ‘하느님의 뜻’에 봉헌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누구의 집에 살려면 그 주인의 뜻을 따라야 하지요. 그러니 하느님의 집에 자신을 봉헌한다는 말은 하느님의 뜻에 철저히 순명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봉헌이란 단순히 물질적인 것을 바치는게 아닙니다. 자기 뜻을 하느님께 내세우지 않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며 붙들고 있는 모든 것들을 주님께 봉헌하는 것이, 그리고 그분께 대한 온전한 믿음과 신뢰만 내 마음에 남기는 것이 성모님이 실천하셨고 우리도 실천해야 할 참된 봉헌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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