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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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33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11-22 조회수513 추천수4 반대(0)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주최한 세계 주교 시노드의 1차 회기가 끝났습니다. 교황님의 요청에 따라서 시노드는 2024년까지 계속 된다고 합니다. 시노드는 교회가 처한 여러 현안에 대해서 지역별, 대륙별, 보편교회의 차원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하였습니다. 시노드는 교회에 대한 건강검진과 비슷합니다. 건강한 교회에게는 건강검진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성한 사람에게는 의사가 필요 없다. 아픈 사람에게 의사가 필요하다. 나는 이스라엘의 아픈 사람을 위해서 왔다.’라고 하셨습니다. 건강한 교회는 어떤 교회일까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교회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새로운 계명인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서 하느님을 사랑하고, 같은 마음과 정성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교회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자신의 십자가를 기꺼이 지고 가는 교회입니다. 그런 교회에는 사랑과 믿음 그리고 희망이 넘쳐날 것입니다. 사람들은 그런 교회를 찾고, 거기에서 위로를 얻을 것입니다. 그런 교회에서 가정은 작은 교회가 될 것입니다. 신앙은 가정에서 키워지고, 그런 가정에서는 자연스럽게 성직자와 수도자가 탄생할 것입니다. 그런 교회는 문화와 역사를 선도하고, 시대의 징표를 드러낼 것입니다.

 

병든 교회는 어떤 교회일까요? 됫박으로 빛을 가리는 교회입니다. 권위와 독선이라는 됫박으로 빛을 가리는 교회입니다. 교만과 욕망이라는 됫박으로 빛을 가리는 교회입니다. 맛을 잃어버려 거리에 버려지는 교회입니다. 기도의 맛을 잃어버린 교회는 그저 건물일 뿐입니다. 나눔의 맛을 잃어버린 교회는 권력의 수단일 뿐입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새로운 계명을 지키지 않는 교회입니다. 가장 가난하고, 가장 굶주리고, 가장 헐벗고, 감옥에 갇힌 이를 외면하는 교회는 사랑이 없는 교회입니다. 강도를 당해서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사람에게 따뜻한 사랑의 손을 내밀지 않는 교회는 사랑이 없는 교회입니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십자가를 외면하는 교회입니다. 십자가는 교회의 첨탑에 상징으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십자가는 나의 삶에서 드러나야 합니다. 병든 교회는 마치 철지난 바닷가처럼 쓸쓸한 교회가 될 것입니다. 병든 교회에서는 믿음, 희망, 사랑의 꽃이 피지 못할 것입니다. 병든 교회에서는 가족이 함께 미사하고, 함께 기도하고, 함께 봉사하고, 함께 성서를 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가정에서는 성직자와 수도자가 탄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교회는 문화와 역사를 선도하지 못할 것입니다. 시대의 징표를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시노드의 진단 결과 성직주의가 있었습니다. 성직주의에 대한 좋은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사제직의 목적과 지향은 복음 선포 사명에 있다. 사제가 복음 선포라는 사명을 망각하고 사제의 존재적 지위에 초점을 맞추고 위계적 서열에 집착하면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사제는 미사를 집전한다. 집전자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변화와 쇄신의 지름길이다. 반복되는 직무에 마음과 정성을 기울이는 일은 쉽지 않다. 자칫 영혼 없이 습관적으로 미사를 거행할 위험이 많다. 하루의 일과에 지친 몸과 마음의 상태에서도 미사에 참례하는 신자들을 위해 강론을 정성껏 준비하고, 그들을 위해 대신 기도하고 축복하는 마음과 태도로 미사를 정성 들여 거행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사제는 거룩해질 것이다. 사제의 변화와 쇄신은 미사를 거행하는 사제의 마음과 태도에 달려있다.

 

사제는 무엇보다 매개자(Mediator). 신학적 의미의 중재자라는 뜻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하느님을 알리는 존재이며,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연결하는 존재여야 한다는 의미다. 사실, 현실의 사제는 인정 욕망에 사로잡혀 살아가기 쉽다. 늘 본당 공동체의 중심으로 살아와서, 모든 시선과 관심이 자신에게 쏟아지기를 원하는 태도가 몸에 배었다. 솔직히 고백하면, 사제들 간의 갈등 역시 인정 투쟁에서 빚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제는 중심이 되기보다 변방에서 연결하는 존재로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현실의 교회 구조와 성직자 문화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 같아 조금 슬프다. 목적과 지향을 기억하고, 미사에 정성을 기울이고, 중심이 아니라 연결하는 삶을 살아갈 때 사제는 자신을 변화시키고 교회의 변화와 쇄신을 가져오는 촉매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의 변화와 쇄신을 위해서 사제의 변화와 쇄신은 다른 어떤 일보다 더 중요하고 절실하다. 사제의 변화와 쇄신을 향한 길은 여전히 멀다. 세상과 환경이 강요하기 전에 우리 사제들이 변화와 쇄신의 길을 먼저 시작할 수는 없을까.”

 

좋은 성직자, 건강한 성직자가 있습니다. 나쁜 성직자, 병든 성직자도 있습니다. 성직주의는 교회의 전통과 관습으로 2000년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성직주의에 문제가 있다면 개선하고 새로운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교회의 지혜를 모아 내년에 폐막이 되는 세계 주교 시노드에서 건강한 교회를 위한 다양한 처방전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너와 네 안에 있는 자녀들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네 안에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하느님께서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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