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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33주간 목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1-23 조회수194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제33주간 목요일] 루카 19,41-44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 !“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슬픔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눈물을 흘리시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시어 그 도성을 보고 우시며 말씀하셨다.” 하느님께서 정하신 ‘때가 차자’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신 예수님께서는 그 도성에 들어가시기 전, 그곳에 사는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십니다. 얼마 전, 당신을 통해 드러나는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예언자들을 죽이고 자기에게 파견된 이들에게 돌을 던져 죽이기까지 하는 너! 암탉이 제 병아리들을 날개 밑으로 모으듯, 내가 몇 번이나 너의 자녀들을 모으려고 하였던가?”라고 탄식하시며 회개를 촉구하셨음에도, 그러기를 거부하고 결국 멸망의 길을 선택한 그들의 모습에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과 고통을 느끼셨던 겁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아직 그들을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 !” 이 말씀은 우리가 과거에 어떤 중요한 일을 행하지 못한 것을 뒤늦게야 후회할 때 자주 쓰는 부질 없는 가정문이 아닙니다. 지금에라도 예루살렘 주민들이, 그리고 유다인들이 자기들에게 참된 평화를 가져다주시는 분이 누구이며 그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고 실행하기를 간절히 바라시는 마음이 담긴 호소문이지요. 주님께서 우리에게 비십니다. 일반적으로 간절히 원하는 것을 비는 것은 우리 쪽이고, 주님은 그런 우리의 청을 들어주시기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주님께서도 우리에게 비십니다. 자녀들이 잘못된 길에 빠지지 않기를 간절히 빌고 또 바라는 부모들처럼, 주님께서도 당신 자녀인 우리에게 욕심과 집착에 빠져 멸망의 길에 빠지지 말라고 간곡히 빌고 계십니다. 우리가 당신 뜻과 사랑 안에 머무르며 참된 행복을 찾기를 간절히 바라고 계십니다.

 

예루살렘 주민들은 그 도성의 ‘이름 값’을 하지 못했습니다. ‘평화의 도시’라고 이름 붙여진 주님의 거룩한 도성에 살면서도, 정작 참된 평화를 이루는데에 필요한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것들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당장 이득을 얻는 데에만, 지금 누리고 있는 안정적인 기득권을 지키는데에만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렇게 하느님과 그분의 뜻으로부터 점점 멀어져 서서히 멸망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닥쳐올 멸망을 예견하신 주님은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그들을 구원하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리실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오늘도 주님께서는 우리 때문에 우십니다. 남을 판단하고 비난하는 우리의 완고함 때문에 우십니다. 일시적인 안정과 번영을 평화로 착각하고 그 거짓 평화를 이루기 위해 군비 경쟁을 하는 우리의 어리석음 때문에 우십니다. 마음의 평화를 얻고 싶다고 신앙생활을 하면서 누가 내 속을 건드리지 않기만을 바라고 신앙생활에는 ‘최소의 투자’만을 하려고 드는 우리의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모습 때문에 우십니다. 그런 주님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 드리기 위해서라도, 나중에 우리 자신이 뼈저린 통한의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참된 평화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참된 평화는 오직 주님만이 주실 수 있습니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는 그분의 약속을 믿는 이들은 고통과 시련 한가운데에서도 흔들릴지언정 절망은 하지 않습니다. 누가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상관없이 주님의 뜻을 실천하는 일 자체에서 기쁨을 느끼며 기꺼이 그렇게 합니다. 그렇게 마음 속에서 두려움과 걱정을 몰아내고 ‘지금 여기에서’ 주님과 함께 구원의 시간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참된 평화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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