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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33주간 금요일,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1-24 조회수179 추천수2 반대(0) 신고

[연중 제33주간 금요일, 성 안드레아 둥락 사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 루카 19,45-48

 

 “‘나의 집은 기도의 집이 될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너희는 이곳을 ‘강도들의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

 

 

오늘의 독서와 복음 말씀은 공통적으로 ‘성전 정화’라는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마카베오와 아들들은 이민족에게 뺐겨 이교의 제사로 더렵혀졌던 성전을 되찾아 정화하고, 주님께서는 대사제들과 장사꾼들이 탐욕으로 더럽힌 성전을 정화하십니다.

 

먼저 제1독서에서는 유다와 그 형제들이 예루살렘 성전을 탈환하고 정화한 사건을 다룹니다. 이민족들은 유다인들의 정신적 기반인 신앙을 무너뜨리기 위해 예루살렘 성전을 철저히 짓밟았습니다. 성소를 더럽히고 하느님을 조롱함으로써 성전을 구심점으로 하느님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큰 치욕을 안겼지요. 이에 격분한 유다 마카베오가 적은 수의 병사로 리시아스 군대를 무찔러 격퇴시키고는 예루살렘에 올라가 성전을 정화합니다. 그렇게 이교의 제사로 더럽혀진 성전을 되찾아 다시 하느님께 봉헌한 그날,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느님 앞에 엎드려 그분을 찬양하며 기꺼이 예물과 제물을 바칩니다.

 

하느님께 바치는 제물은 이렇듯 기쁨과 감사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름에 따라 성전에서 바치는 예물의 의미가 퇴색되어 버립니다. 하느님과 이스라엘 백성 사이를 연결하는 소명을 지닌 사제들이 제 본분을 망각하고 하느님을 이용해 ‘장사’를 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자기들이 더 큰 이익과 권력을 누리기 위해 복잡하고 어려운 여러 규정과 의무들을 만들어 백성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웠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상인들로부터 막대한 권리금을 받고 성전 마당에서 속죄 제사에 쓰일 짐승들과 물건들을 판매할 권리를 부여했습니다. 이권과 비리가 개입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물건 값이 폭등했고, 백성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비싼 돈을 주고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성전에 내는 세금은 반드시 이스라엘 고유 화폐인 ‘셰켈’로만 내야 했기에 파스카 축제를 지내기 위해 멀리 외국에서 온 유다인들은 비싼 수수료를 내가며 환전을 해야 했습니다. 백성들 입장에서는 그런 상인들의 모습이 정말 칼만 안들었지 강도나 다를 바 없었지요.

 

그런 모습을 도저히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었던 예수님은 성전으로 들어가시어 상인들을 모두 쫓아내십니다. 그러면서 그들이 ‘하느님께 기도하는 집’이 되어야 할 성전을, 하느님을 이용하여 제 탐욕을 채우는 다시 말해 하느님을 등쳐먹는 ‘강도’들이 우글대는 소굴로 만들어 버렸다고 비난하십니다. 예수님의 그 말씀이 오늘 우리에게도 뼈아프게 들려옵니다. 주님께서 머무르시는 ‘성전’이 되어야 할 내 몸과 마음을 거룩하게 관리하지 못하는 우리들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해야 주님 뜻을 잘 헤아리고 따를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주님을 잘 이용해서 내가 원하는 뜻을 이룰 수 있을까만 생각하는 우리들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뜻에 맞는 정의 공정 자비를 추구하기 보다 더 큰 재물 명예 권력을 얻는 데에만 신경을 쓰는 우리들이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내 마음과 영혼을 탐욕에 눈 먼 강도들의 소굴로 방치해서는 안되겠습니다. 단호하게 욕심을 비워내고 이기심을 몰아낸 다음 안쪽 자리부터 차곡차곡 주님과 그분 뜻을 채워나가야겠습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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