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4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23-11-27 조회수627 추천수3 반대(0)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상다큐를 볼 때가 있습니다. 제가 유년시절을 보냈던 1970년대와 80년대의 영상을 보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겨울이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습니다. 길가에 수북이 쌓여있는 다 타버린 하얀색의 연탄이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종종 들려오는 뉴스 중에는 연탄가스가 있습니다. 저의 집에도 연탄가스가 있어서 자칫 큰일 날 뻔했습니다.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담그는 김장이 있습니다. 동네 어르신들이 함께 김장을 하였고, 맛있는 김치 속에 돼지고기를 삶아서 먹는 호사도 있었습니다. 동네 개울에서 타던 썰매가 있습니다. 손재주가 좋았던 큰 형은 멋진 썰매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호빵도 있습니다. 달디단 군고구마도 있습니다. 50년이 지난 지금 서울의 겨울은 그때와는 많이 다릅니다. 다닥다닥 붙어있던 달동네는 재개발이란 이름으로 아파트로 변했습니다. 겨울을 따뜻하게 해 주었던 연탄은 언제나 따뜻한 물이 나오게 해 주는 가스보일러에게 자리를 내 주었습니다. 맞벌이 부부와 핵가족은 더 이상 김장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마트에서 종갓집 김치를 간편하게 사서 먹습니다. 동네 개울에서 타던 썰매는 보이지 않고 많은 젊은이들은 스키와 스노보드를 타고 있습니다. 먹을거리도 많이 변했습니다. 피자, 햄버거를 먹습니다. 배달의 민족답게 원하는 것들은 배달시켜서 먹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온 시절은 아니지만 40년대와 50년대의 영상을 볼 때도 있습니다. 산업화 이전의 대한민국입니다. 일본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대한민국은 가난한 나라였습니다. 그 가난한 나라가 이념의 대립으로 둘로 나뉘었습니다. 남과 북으로 갈라진 나라는 비극의 3년 전쟁을 겪어야 했습니다. 전쟁의 결과 수많은 이산가족이 생겼습니다. 전쟁의 결과 많은 사람이 부상당하고 죽었습니다. 전쟁의 결과 그나마 있었던 산업기반 시설들이 모두 파괴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부모 세대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놀라운 경제성장의 기적을 일구어냈습니다. 시골에서 올라온 누나는 가발공장에서 일하였고, 버스 차장으로 일하였고, 좁고 어두운 방에서 미싱을 돌렸습니다. 시골에서 올라온 형들은 인력거를 몰았고,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밤을 새우면 일하였습니다. 공장에서 기계를 돌렸습니다. 삼촌은 서독의 탄광으로 일하러 갔습니다. 고모는 서독의 병원으로 일하러 갔습니다. 아저씨들은 사막의 나라 중동으로 일하러 갔습니다. 제가 자라면서 보아왔던 생생한 기억들입니다. 그리고 2023년 대한민국은 경제력으로 부유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문화적으로 한류를 보여주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Made in Korea'는 부끄러운 제품이 아니라 당당하게 어깨를 겨루는 자랑스러운 제품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자원이 풍족해서가 아닙니다.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운이 좋아서도 아닙니다.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강한 정신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전쟁과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더라도 무서워하지 마라. 그러한 일이 반드시 먼저 벌어지겠지만 그것이 바로 끝은 아니다.” 제자들은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2000년 교회의 역사는 예수님의 이 말씀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은 죽었고, 제자들은 모두 무서워서 숨었습니다. 그렇게 예수님께서 세우신 교회는 끝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땅에서도 새싹은 올라오듯이 죽음을 넘어, 시대를 넘어 부활의 기쁨이 찾아왔습니다.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은 담대하게 복음을 선포하였습니다. 교회는 갈릴래아라는 좁을 울타리를 넘어 세상 끝까지 세워졌습니다. 239년 전에 세워진 조선의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박해의 모진 광풍이 불었습니다. 수많은 신앙인들이 순교하였습니다. 239년이 지난 대한민국의 교회는 예수님의 말씀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순교자들이 목숨을 바쳤던 곳은 성지가 되었습니다. 원조를 받던 교회는 이제 원조를 하는 교회가 되었습니다. 어두웠던 시대에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통해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10년마다 100만 명씩 신자가 늘어나는 놀라운 모습을 저는 직접 보았습니다. 신앙은 혼자 뛰는 마라톤이 아닙니다. 신앙은 함께 뛰는 이어달리기입니다. 오늘 나의 이 뒤에 오는 이들에게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열정과 헌신으로 복음을 살면 좋겠습니다.

이 임금들의 시대에 하늘의 하느님께서 한 나라를 세우실 터인데, 그 나라는 영원히 멸망하지 않고 그 왕권이 다른 민족에게 넘어가지도 않을 것입니다. 꿈은 확실하고 그 뜻은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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