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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34주간 금요일]
작성자박영희 쪽지 캡슐 작성일2023-12-01 조회수268 추천수3 반대(0) 신고

[연중 제34주간 금요일] 루카 21,29-33

 

 "너희도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을 보거든,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온 줄 알아라."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은 고유한 그림자를 지니고 있습니다. 큰 그림자가 있는가하면 작은 그림자도 있습니다. 짙은 그림자가 있는가하면 옅은 그림자도 있습니다. 한편 사람들의 마음 속에도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에 따라 다양한 그림자가 생깁니다. 슬픔의 그림자, 분노의 그림자, 아픔의 그림자, 절망의 그림자... 때로는 그런 그림자가 너무나 크고 짙어서 우리 삶을 힘들고 괴롭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런 상태가 심해지면 모든 것을 다 포기해버리고 싶어지기도 하지요.

 

그러나 그림자에 관한 사실들 중에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림자가 생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빛'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빛이 없는 상태에서는 그림자가 생기지 않습니다. 그냥 모든 것이 '어둠'일뿐이지요. 그러므로 살아가면서 '그림자'를 만나더라도, 내 '그림자'가 남들의 것보다 짙어 나를 더 힘들게 만들더라도, 쉽게 삶을 포기하거나 절망해서는 안 됩니다. 내 앞에 그림자가 있다는 것은 내 뒤에 빛이 있다는 뜻이고, 내 그림자가 남들보다 더 짙다는 것은 하느님께서 나를 비추시는 구원의 빛이 다른이들보다 더 강하고 더 가까이에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내 앞에 놓인 그림자에만 시선을 빼앗긴 나머지 뒤에서 나를 비추시는 주님의 빛을 발견하지 못합니다. 그리고는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하느님께 자기 앞에 놓인 그림자를 없애달라고 기도합니다. '왜 자기 앞에만 이런 짙은 그림자를 만드셔서 힘들게 만드시냐'고 따지면서  자신에게도 사랑과 자비의 빛을 좀 비춰달라고 하느님께 청하는 것입니다. 욕심과 집착 때문에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뉘우치고 다시 하느님께로 삶의 방향을 돌리기만 하면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시는 사랑과 자비의 빛을 발견할 수 있는데도, 힘들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귀찮다는 핑계로 그럴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있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세상의 '종말'이 지니는 양면성에 대해 말씀하십니다. 우리는 보통 '종말'은 곧 '멸망'이라고 생각하지만, 예수님의 재림과 함께 시작되는 세상의 '종말'은 단순히 모든 것이 파괴되고 사라지는 '끝'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종말'의 모습은 '그림자'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앞서 설명하신 전쟁, 자연재해, 기근, 전염병, 적 그리스도의 출현 같은 '모든 일'들은 하느님께서 만드신 피조물들 자체는 물론이고, 피조물들 사이의 관계까지 철저히 파괴하는 세상의 어두운 단면, 즉 세상의 '그림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런 그림자를 보며 슬픔과 절망에 빠져있지 말고, 그 그림자 뒤에 있는 '빛'을 보라고 알려주십니다. 그 '빛'이란 바로 하느님 나라입니다. 짙은 그림자 뒤에는 강한 빛이 있듯이, 우리가 세상 종말의 순간 겪어야 할 시련과 고통이 크면 클수록 우리가 곧 다가올 '하느님 나라'에서 누릴 기쁨과 행복이 더 크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그런 예수님의 말씀을 '진리'로 굳게 믿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세상에서 누리는 모든 것들은 시간이 흐르고 나면 변하고 없어질 '유한한' 것들이지만,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주님'께서 우리에게 하신 말씀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칩니다. 중요한 것은 주님께서 나에게 하신 말씀이 반드시 이루어지리라고 믿는 마음가짐입니다. 우리의 삶이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그 뒤에는 반드시 '하느님 나라'가 있음을 굳게 믿는다면, 고통과 시련을 이겨낼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 함 승수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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